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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씨. 바람에 날리어...

소나무 01 2010. 11. 1. 23:51

 

혼자서 며칠을 보내고 있다보니 외로워졌다는 건가. 내가 테돌이가 되었다. Multi tasking이다. 곁눈질로 TV화면을 본다. 가요무대다.

참 오랫만에 시청한다. 몇년 만인가.

 

그런데 노래 보다는 가수의 얼굴이 크게 눈에 들어온다. 내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들었던 노래의 가순데,

근데 주현미 저이는 왜 저렇게 얼굴이 반질 반질한거야. 윤기가 흐르네. 주름살 하나 보이지 않고. 남진이는 분명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와- 건장하네. 역시 주름살 하나없이 탱탱하네.

 

근데 나는 벌써 주름살이 깊고 피부도 까칠해 졌고... 

앞으로는 더 그럴거 아니야. 저이들은 계속해서 얼굴을 가꿀 것이고, 나는, 나는 밖에서 종일토록 노동했지 않은가. 잡목들 베어 땔감 만들고...

그렇다는 얘기다. 나이들었다는 얘기다.

 

딸녀석이 신혼여행길이라며 카메라를 가져 가 버렸다. 지난 주말엔 서울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2주일 째 카메라가 없다. 있다 한들 특별하게 찍을 것도 없다. 꼼짝없이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 있으니.... 

 

 

 

이것은 한 달 전 쯤에 찍어 둔 것이다. 연못 테두리 조경석 하나에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어져 있었는데

거기에 어느 봄 날 솔씨 하나 떨어 져 싹이 올라 오더니만 가을이 끝날 무렵 이 만큼 자랐다. 참 대견하다.

조심히 키워 보겠다만 해가 지나 줄기가 굵어지면 이 구멍을 어찌하누. 나에게 고민거리 하나를 안겨 줬다.

스트레스 안받으려고 여기 산자락에 사는데... 그래 이 놈이 이렇게 모질게 살아 가는데 세상살이 어렵고

두려운 게 뭐 있으랴. 

 

잔디밭에 떨어 져 뿌리를 내린 솔. 지켜 봤는데 이 녀석은 아직 키가 그대로다.

 

 

이 녀석은 뿌리가 깊지 않은 지 올 장마 돌풍 때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져 버렸었다. 그래도 잘 자라고 있다.

잘 자라서 내집 지붕 키를 훌쩍 넘겨야 한다. 그럴 것이다.

앞산에서 한 뼘 만한 것을 옮겨 왔는데 3년이 지나자 이렇게 컸다. 해송의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봄날에 주된 줄기 뻗어 오르는 것을 보면 마치 힘좋은 남근처럼 보인다. 그래 불쑥 불쑥 자라거라.  

 

                                                                       - 2010. 11.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