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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였던 딱따구리

아침 7시쯤 거실 창밖으로 눈을 돌렸더니 순간 뭔가 검은 물체가 유리창을 향해 돌진해 왔다. 이어 꽝소리와 함께 물체는 나가떨어지고. "또 새가 창에 부딪혔군"이따금씩 일어나는 일이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어떤 경우는 바로 날아가곤 하는데 이번의 녀석은 머리를 정통으로 부딪힌 모양이었다. 뇌진탕이다.무슨 새지?대개 새의 몸무게와 비행 속도가 비례하는 편이니 이번의 충돌 건은 까치가 아닌가 싶었다.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새의 종류도 궁금해서 얼른 나가 보다. 몸집이 좀 크고 새까만데 얼핏 마주하니 처음 보는 새다. 즉사라기도 한 듯 움직임이 전혀 없다. 얼마나 세게 부딪혔으면.눈이 감겨있지만 손을 갖다 대니 날개를 파닥거린다. 가히 혼수상태에 빠져 있으면서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 오른손으로 새..

내 집 이야기 2026.09.21

살아남은 부추꽃

이게 부추꽃이라고? 한갓 풀처럼 보이는 존재에 예쁜 꽃이 폈으니 경이롭게 느껴질 만하다. 꽃은 참 단아하고 청초하다. 별꽃이 여러 개 한데 모여 피어난 것 같다.부추는 사위에게도 주지 마라 하는 말에 새 봄 새 순이 돋아 자라면 싹둑싹둑 잘라 혼자 먹곤 했던 채소다. 보드랍고 연한 새 순은 독특한 풍미가 있어 주로 나물로 무쳐 먹으면 입맛이 돋았다. 흔히 정력에 좋다 하다 했지만 난 그런 것 보다 그저 맛으로서의 감촉이 좋았을 뿐. 여러 해 살이인 부추는 잔디처럼 잘라내고 나면 다시 새 잎이 나와 여러 번에 걸쳐 먹을 수 있어 반찬으로 유용하지만 때마다 철 따라 여러 채소가 나오고 보니 봄에 한두 번 수확해 먹고 나면 가을꽃이 필 때까지 그대로 밭에 두는 편이었다.이제 가을, 두 줄 정도 심어 놓은 부추..

내 집 이야기 2026.09.11

대추 풍년

폐백에서 대추를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왜 그러느냐'라고 하니 '자식 많이 낳고 번성하라고'라는 답을 들은 일 있다. 그땐 그냥 그러는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대추나무에 열매들이 무수히 달린 것을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지금 내 집 대추나무 모습이 그렇다. 해 거르지 않고 많이 열리는 편이지만 올핸 유독 많은 것 같아 처음으로 대추 얘기를 쓴다. 대추나무 역사도 내 집 역사와 같다. 집 짓고 난 후 작은 묘목 2그루를 심었으니 수령으로 치면 22살쯤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결실기 무렵이면 벌레 피해가 심해 털어서 거둔 것이라곤 불과 몇 움큼. 그것이라도 말려 약재료로 쓰거나 차를 끓어 마시곤 했다.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냈는데 올해 처음으로 아들 녀석이 개입한다.목초액이 효과 있다니 그리 해보..

내 집 이야기 202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