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42

다시 만나 동해안으로

지난 5월 서해 덕적도를 찾았던 우리 셋은 그때 예정했던 동해안으로 2박 3일의 여정을 시작. 사람 말을 참 잘 듣는(?) 친구의 똑똑하고 편안한 승용차로 출발.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백담사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오랜만에 가게 된 강원 북부 쪽. 과거 직업상 비교적 자주 드나들던 지역이었지만 소원하게 보내게 된 지 어느새 3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입구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 10여 분 이동 후 폭넓은 계곡천을 건너야 백담사 경내로 들어설 수 있다. 설악산 줄기 깊은 계곡 안에 자리한 백담사(百潭寺)는 우리 현대사에 불행한 역사를 만들었던 한 인물이 유배 비슷한 상황 속에 칩거하게 됨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 이전 만해 한용운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며 많은..

여행 2024.12.05

끝섬에 가다

말도(末島)라는 이름보다 '끝섬'이라는 표현이 뉘앙스가 좋은 것 같다. 끝섬은 60여 개에 달하는 고군산군도의 끝에 위치하여 그렇게 불려졌을 것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후 선유도를 비롯한 6개 섬이 이미 연륙이 되었지만 나머지 섬들은 예전 그대로 배편을 이용한다.  서울의 친구로부터 연륙이 된 장자도에서 배를 타고 건너 가 이 끝섬과 몇 개의 섬을 연결하는 트레킹 제의를 받고서야 처음으로 그런 곳이 있는 줄 알았다. 귀향한 지 오래되었건만 그런 정보도 모르고 살았다는 한심함. 끝섬인 말도는 장자도에서 하루 2번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는데 최근 명도, 보농도, 말도를 연결하는 연도교가 놓이게 되면서 이곳의 트레킹 코스가 급 부상된 듯. 지자체에서는 이 3개의 섬과 함께 그 옆의 광대도, 방축도를 연결..

여행 2024.11.18

뜻밖의 청남대

오래 전의 개방 소식을 접하고 한 번쯤 찾아 가 보고 싶었던 곳을 어제 둘러보게 되다. 지인의 갑작스러운 제의로 나를 포함한 일행 5명이 9인승을 소유한 또 다른 이의 승합차를 차고 오른 여행길.   처음 전해 들은 행선지는 말티재였다. 난 이미 과거에 둘러본 일이 있거니와 지난봄에도 속리산을 다녀온 일이 있어 사실 끌리지는 않았다. 더구나 며칠 전 대전에 가면서 탔던 그 고속도로 위를 지금 또 달리고 있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가는 곳에 대한 것보다 승합차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에 더 관심이.우선 예전에 내가 탔던 7인승 승합차와의 비슷한 승차감이 좋았다. 의자가 주는 안정감은 좀 덜하지만 선팅과 별도로 창마다 반자동 가림막 장치가 눈에 들어왔고, 3열의 의자는 다른 차처럼 접이식 개폐가 가능하여..

여행 2024.11.09

회색 추억 만들기

3개월 만에 깨복장이 친구들 다시 만나다. 이번에는 무주를 중심으로 짧은 여행 하기로.B친구가 재수할 무렵 건강 때문에 구천동 초입에 방 하나를 얻어 그곳에서 한 달 여 몸관리를 해야 했던 아픈(?) 추억이 있는데 그쪽을 가 보고 싶다는 친구의 제의. 그동안 앞만 보고 살았던 우리네가 세월의 흐름 위에서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일단 내가 사는 곳에 모여 하루 밤 끝도 없이 사는 얘기 오가고. 아침엔 산자락에 사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 같다고 격려해 주었지만 정작 그 안에 사는 나는 그 "자연"이라는 것에 이제 많이 무디어졌다.어떻든 아침 밥상에 내 집에서 나온 달걀과 오이 하나라도 같이 먹을 수 있음이 좋았고.  완주 "고산문화공원"이란 곳에 들러 그곳에 조성되어 있..

여행 2024.08.16

새벽 山寺, 보리수 꽃이

간밤에 산사 밖 민박집에서 모임을 치르고 이른 새벽에 깨어나 산책에 나서다. 30여 분 걸어 오르는 동안 수많은 고목들과의 만남, 참 아름다운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  유서 깊은 산사를 찾아온 길손의 마음을 차분히 보듬어 준다. 연신 심호흡.공기조차 초록인 듯 싶다.   점차 열리는 하늘에 동양 최대라는 불상과 특유의 팔상전이 방문객을 압도했다.새벽에 찾은 속리산 법주사의 경내는 고요 그 자체.  사천왕문을 통과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절마당 쓰는 모습. 그것도 마음공부라던 과거 깊은 산사 흰 고무신의 노스님의 모습을 연상해 보았으나 여긴 평범한 관리인이 그 수고를 대신.  그래도 사그락 사그락 -   대나무 빗질이 마음의 먼지도 쓸어내는 듯. 낙엽 뒹구는 가을 아니라서 구태여 빗질..

여행 2024.06.19

덕적도 일별

덕적도에 갔다 오다. 인천 연안 부두에서 배로 1시간 50분. 원래 계획했던 곳은 덕적에서 1시간 여를 더 가야 하는 굴업도였으나 기상 여건 때문에 불발. 간밤에 내렸던 비가 그치고 쾌청한 날씨였으나 풍속이 제법 심했다. 1,800여 명이 사는 덕적까지는 대형 여객선이 다녀 문제가 없었으나 덕적도에서 좀 더 먼바다로 나가야 하는 굴업도에는 5 가구뿐인데 여기로  운항되던 소형 여객선이 결항된 것.  덕적에서 굴업까지 배편이 뜨지 못한다는 것을 선박회사로부터 아침 일찍 문자를 받고 '대략 난감'이었으나 이왕 준비한 섬 여행이었으니 덕적도로 만족하자고 의견을 모으다. 덕적도를 돌아보려면 차량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 강화에서 온 친구의 차를 부랴부랴 카페리에 선적. 예정대로 라면  8:30 출발 쾌속..

여행 2024.05.30

다시 친구들과 만나서

"야! - 자고 나니깐 네가 안 보여!" 강화에 정착한 친구 녀석이 아침에 전화해 왔다. 여행 끝이 허전하다는 얘기다. 사실 그 허전함은 내가 더하지 않나 싶다. 어제 오후 역 대합실에서 헤어지며 뒤돌아 집에 왔을 때 날 받아주는 것은 산자락 밑에 덩그렇게 자리한 집 밖에 없었으니. 시골에 살면서 가장 허전할 때가 같이 가까웠던 사람이 떠나고 없을 때, 그리고 비 오는 날 같은 경우인데 두 경우가 합해진 오늘이 딱 그렇다. 최근 한 달 동안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서울 친구와 함께 셋이서 다시 만나 고창 일대로 2박 3일의 여정을 즐기다. 이번 일정은 겨울이고 하니 온천과 미식으로 나름 정했었다. 호사가의 거들먹거림 같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우리 셋 모두가 진즉 고희를 넘겼고, 한..

여행 2023.12.14

수목원 나들이

세종시에 수목원이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으나 갈 기회가 없었다. 평소 나무를 좋아하는지라 혼자 가서 진득하게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지인들과 함께 찾다. 홈피를 살펴보니 두세시간 정도를 돌아보는 게 정상적인 방문 코스인가 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럴 순 없을 것 같아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하는 실내 수목원 정도만 살펴보고 일행과 함께 식사와 차 한 잔 마시며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다. 중앙의 보도 끝 부분 유리 건물이 사계절전시온실 평일을 택했으니 어느 정도 한산해서 좋았다. 입구에서 가까운 실내수목원에 맨 먼저 들어서다. 사계절전시온실이라 이름한 실내수목원은 우선 규모가 크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실 등 3개 온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중앙의 라운지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그중..

여행 2023.06.28

홍도 그리고 흑산도

홍도는 어떤 형태로든 갈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아마 사람 많은 관광지라는 것 때문일 것 같기도 한데 비금도 임자도 우이도 등 인근 서해 도서와 멀리 거문도 추자도 등의 섬들을 이미 찾아봤던 터라 특별히 유인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을 듯. 지난번 여수 고흥 여행길에서 "다음에는 홍도행으로 하자"는 친구의 제의에 지난 5월 말 다녀오다. 홍도항에 내려 기념 촬영. 뒤로 우리를 싣고 온 쾌속선이 보인다. 진득한 여행길이고자 했으나 사는 게 뭔지 그냥 쉽게 1박 2일 여정으로 정했다. 최근에 다녀온 한 선배가 자신은 2박 3일이었지만 아마 1박 2일이면 적당하지 않겠느냐고 권하는 터에 그리 결정한 까닭도 있다. 그것도 목포에 있는 한 여행업체에 의뢰해 수월하게 다녀오는 것으로 했는데 왕복 ..

여행 2023.06.10

공산성을 돌아보다

최근 '병자일기'(조선 인조 때 좌의정을 지낸 남이웅의 부인인 남평 조 씨가 4년간 쓴 한글 일기)를 읽고 그 원본이 보관되어 있는 공주박물관에 가 보고 싶어졌다. 국문학적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지나 세종시의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상태로 기증된 것이어서 전시공간에는 실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본관 옆에 충청남도 기증품 수장고가 있어 들렀으나 토기류 같은 것만 들여다볼 수 있게 해 놓았을 뿐 문헌자료들 역시 볼 수가 없었다. 박물관은 대체로 무령왕들 발굴 유물이 중심이었다. 아쉽지만 공산성으로. 그동안 공주 유적지를 둘러볼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냥 스쳐 지나가곤 했었다. 차창 밖으로 그저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기가 산성인가?' '금강에 무슨 한강철교 같은 것이 있네.. ' ..

여행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