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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씨앗

소나무 01 2020. 8. 28. 16:36

토종 씨앗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우선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이 많은 개량 수입종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종묘상에 가면 언제나 손쉽게 씨앗을 구입할 수 있고 보니 농사를 마무리 하면서 구태여 따로 채종해서 보관해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비록 텃밭 농사지만 나도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른 봄, 내가 사는 지역의 여성농민회에서 토종 씨앗을 무료로 나눠준다기에 구경 겸 들러 보다. 그들이 생산한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했는데 한 쪽에서 명함 반쪽 크기의 비닐봉지에 여러 씨앗을 담아 나눠주고 있었다. 노랑참깨, 고추, 상추 등 여러 씨앗들이 하나 하나 예쁘게 담겨있었는데 그 중 몇 개 골라 심은 게 오이와 상추, 쥐이빨 옥수수, 목회였다.

 

오이는 다섯 개 정도가 싹을 틔웠는데 모두 건겅하게 자라 주었다. 시내에서 모종으로 구입한 가시오이와 비교해서 열매맺음이 매우 더뎌 괜히 심었나 보다고 후회스러워할 때 쯤 통통하게 생긴 오이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먹어보니 육질이 단단한 게 씹히는 맛이 더 좋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미안할 정도로 계속 열매를 만들어 내지 않는가. 사나흘 한 눈 팔면 어기 저기에서 자라나 어느 새 노각 상태에 이를 정도로 많이 열리고 잘 자랐다. 어떻든 지금도 열리는지라 덕분에 올핸 오이를 실컷 먹게 된 셈이다.

 

 

 

 

쥐이빨옥수수란 이름이 그렇듯 알갱이가 매우 작아 포만감을 느끼려면 한 번에 여러 개 먹어야야 할 정도다. 처음엔 뭐 이런 게 있어 하다가 독특한 식감의 구수한 맛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유아용 옥수수같은 아주 작은 크기라 볼품없어 보일 수 있겠으나 그 맛의 특이함 때문에 이건 오이와 함께 내년에 또 심어야되겠다 싶어 건강한 놈 하나를 골라 잘 보간하다.

 

 

목화는 그 하얀 솜뭉텅이가 보기 좋아 관상용으로 심어야 되겠다 싶어 몇 개 심었는데 역시 잘 자라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어느 날 우중에 핀 순백의 새하얀 꽃은 너무 보기 좋았다. 가을이면 군데 군데 하얗게 구름을 피울 것이다. 

상추? 상추는 자람도, 잎의 크기도, 맛도 모두 아쉬워서 포기하게 되다.

 

                                                                              - 2020. 8.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