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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 꽃 피다

소나무 01 2022. 4. 14. 11:08

올봄엔 머위 꽃이 유난히 많이 피었다. 잎보다 꽃대가 땅속에서 먼저 올라 와 봄의 새 기운을 느끼게 하는 반가운 꽃이다. 마치 솔밭의 송이 그것처럼 뭉툭한 모습으로 아주 힘 있게 올라오는 모습이 가히 역동적이다.

 

 

애초 집을 지을 때 근처 야생에서 자라던 머위 몇 개를 캐 와 울안 한 쪽에 심었더니 무수히 번져 지금은 머위 밭이 되었다. 마치 일부러 잘 가꾼 것처럼 저네들끼리 왕성하게 번식하였다. 그래서 한 여름이면 줄기를 잘라 머위탕을 해 먹는 즐거움을 주는데 이른 봄 어린잎을 따 살짝 데쳐 나물로 먹어보기로 하다. 쌉쓰레한 그 맛이 일품이다. 입맛을 돋워주는 게 게장 그것처럼 이것 역시도 밥도둑이라 할 만큼 손이 절로 간다.

 

 

그런데 올핸 머위 꽃이 유난히도 많이 피었다. 이상기후 현상 때문일까. 거름을 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인데 척박한 땅에서도 참 잘도 자라 스스로 번식하며 꽃대를 올린 것이다. 어떤 이들은 어린 이 꽃을 따서 따서 데쳐 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라고 하는데 먹어보니 나에겐 너무 쓰다. 육인으로 보면 참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싶은데도 실은 많이 썼다.

 

 

여태까지는 머위탕을 만드는 한 여름까지 그대로 두었으나 올해는 어린잎을 좀 따서 장아찌를 담아보기로 하다. 어디 몸에 좋다는 효능보다는 그 입맛 돋우는 쌉싸름한 맛이 좋아서이다. 곧 담게 될 두릅과 음나무 순 장아찌에 비교하면 후순위로 밀려 나 손이 안 갈 수도 있겠지만.

 

 

                                                                              - 2022. 4.1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