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아침햇빛을 대하는 것 같다. 올해는 기상청 예보관도 헷갈릴 정도로 정말 징그럽게도 비가 많이 내렸다.
요 며칠동안 흐리거나 비내리는 아침 모습만 대하다가 오늘 아침 모처럼 밝은 햇살을 보았다. 아파트 창 밖으로 보이는 여의도 63빌딩 건물이 불판처럼 벌겋게 달아 올라 있는 것이었다.
오래 전 시골에서 올라오신 아버지는 동트는 무렵의 이 건물을 쳐다 보시며
"아야, 저어기에 불났는 갑다. 불난 거 맞지? 벌겋다"
하셨던 때가 있었다.
대략 6시 40분 쯤, 여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에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는데도 아침 햇살을 받은 63빌딩 유리창이 마치 조명장치를 해 놓은 것 처럼 훤하게 보인다.
약간 크로즈 업시켜 봤으나 나의 촬영기술이 부족한 탓에 그 효과가 덜하다. 빌딩 뒷편의 북한산이 바짝 다가 와 건물에 붙어있는 느낌이다.
약간 오른 쪽으로 이동 해 다시 촬영해 봤다.
접사렌즈로 바꿔 좀더 크로즈 업 시켜 봤으나 역시 아침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이 표현되지 않는다. 조리개 사용 방법 등에 쑥맥이기 때문이다.
싼 값에 구입했던 반사 망원렌즈로 바꿔 촬영 해 봤다. 사그러지는 불에 휩 싸인 듯한 느낌은 어느 정도 있으나 역시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이 반사 망원렌즈는 평소 아주 맑은 날씨에서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같은 시간, 아파트 반대편 창문으로 본 관악산과 아침 하늘.
어떻든 이 건물을 보고 불난 것 같다고 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뇌리에 살아있어 난 그 후 이른 아침 이 건물을 쳐다 볼 때 마다 문득 문득 생전의 아버지 얼굴이 오버 랩 되는 것이었다.
-2007. 10. 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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