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

콩인지 콩나물인지...

소나무 01 2011. 7. 11. 12:19

 

강낭콩에 대한 기억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모습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어머니는 자투리 텃밭에다 호미질 한 번에 콩 두 세 알을 넣어 심으셨고 몇 달이 지나면 콩깍지가 울긋 불긋해지면서 통통히 익어갔다. 보기에 참 좋았다. 콩은 쌀과 섞어 콩밥을 만들어 주셨지만 난 보기에만 좋았을 뿐 사실 콩밥이 싫었다.

 

서리태는 지난 해 시험 재배해보니 재배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장마 때문인지 결실도 시원찮아 아예 포기하기로 하고 강낭콩을 심기로 했다. 물론 상당 부분은 어머니와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가 그친 사이에 밭에 가 보니 콩은 비바람에 대부분 쓰러져 비실거렸다.

그동안 계속되는 장마때문에 어찌 할 수가 없어 비가 그치면 수확하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많은 날 비가 내렸다.

 

 

오늘 밭에 들어 가 자세히 살펴 보니 적잖은 콩들이 콩깍지 안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비로 수분을 흠뻑 머금은 콩들이 콩깍지 안에서 발아를 시작한 것이다.

이거 원 콩을 수확하는 것인지, 콩나물을 거둬 들이는 것인지...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아니기에 그대로 잘 말려서 콩밥 해 먹으려 한다. 어릴 때와는 달리 이젠 콩밥도 맛이 있으므로 꽤 긴 시일 동안 강낭콩밥, 아니 강낭콩나물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수확의 타이밍을 놓친 셈인데 올해 처음 재배를 시도하여 좋은 경험을 얻었다는 또 다른 의미의 수확도 있다.(그런데 이거 또 까는데만 적잖은 품이 들어가게 생겼다)

 

                                                                                                 - 2011. 7.11(월)

 

 

 

 

   

'텃밭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 파종  (0) 2011.09.27
도라지 캐기  (0) 2011.08.09
봄채소 파종하다  (0) 2011.04.19
고추 이식 준비하다.  (0) 2011.04.12
땅콩과 야콘  (0) 201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