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에 대한 기억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모습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어머니는 자투리 텃밭에다 호미질 한 번에 콩 두 세 알을 넣어 심으셨고 몇 달이 지나면 콩깍지가 울긋 불긋해지면서 통통히 익어갔다. 보기에 참 좋았다. 콩은 쌀과 섞어 콩밥을 만들어 주셨지만 난 보기에만 좋았을 뿐 사실 콩밥이 싫었다.
서리태는 지난 해 시험 재배해보니 재배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장마 때문인지 결실도 시원찮아 아예 포기하기로 하고 강낭콩을 심기로 했다. 물론 상당 부분은 어머니와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가 그친 사이에 밭에 가 보니 콩은 비바람에 대부분 쓰러져 비실거렸다.
그동안 계속되는 장마때문에 어찌 할 수가 없어 비가 그치면 수확하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많은 날 비가 내렸다.
오늘 밭에 들어 가 자세히 살펴 보니 적잖은 콩들이 콩깍지 안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비로 수분을 흠뻑 머금은 콩들이 콩깍지 안에서 발아를 시작한 것이다.
이거 원 콩을 수확하는 것인지, 콩나물을 거둬 들이는 것인지...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아니기에 그대로 잘 말려서 콩밥 해 먹으려 한다. 어릴 때와는 달리 이젠 콩밥도 맛이 있으므로 꽤 긴 시일 동안 강낭콩밥, 아니 강낭콩나물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수확의 타이밍을 놓친 셈인데 올해 처음 재배를 시도하여 좋은 경험을 얻었다는 또 다른 의미의 수확도 있다.(그런데 이거 또 까는데만 적잖은 품이 들어가게 생겼다)
- 2011. 7.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