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수수밭 풍경

소나무 01 2014. 9. 9. 16:05

 

요즘은 수수가 별미로 여겨지겠지만 내 어릴 때는 단물을 빼 먹는 참 귀한 먹거리였다.

뭔가 먹을 게 없을까 - 하고 허탈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는 낫을 챙겨 들고 밭 가장자리에 심어진 수수 밑둥을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는 마디 마디로 잘라내어 내게 건네 주면, 난 껍질을 벗겨 와작, 와작 씹으며 단물을 즐겼다. 껍질을 입으로 벗겨내다 입술을 베어 피가 나기도 하고.

 

 

 

 

 옆 동네를 지나다 길가에 오색기가 만장처럼 나부끼는 것 같아 차를 세우다. 이 즈음 시골에서는 가히 새들과의

 전쟁이라서 쉽게 짐작이 갔다.

 

 

                                    수수에 나일론 망을 씌운 것이다. 재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애써 지은 곡식을 새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절박함의

                                    표현이지만 지나는 사람에겐 농민의 소박한 심성을 바라보는 

                                    가을 초입의 "수수"한 풍광으로 보일 따름일 것이다.  

 

 

 덕분에 수수알이 꽉 들어 차 수확할 때 밭 주인네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지금 이 모습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시골 풍경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 2014. 9. 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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