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밖으로 초록의 줄기가 뻗어 내리고 그 초록 바탕에 선명한 주황색으로 핀 꽃이 참 보기 좋았다. 대개는 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랐는데 시골의 돌담 밖으로 가지를 늘어트려 핀 능소화는 정말 예뻤다.
그게 좋아 이미 십 수년 전에 묘목을 구입해 심었지만 워낙 좋지않은 토양 탓인지 몇 년이 지나도 성장을 멈춘 듯 꽃이 피지 않았다. 옆으로 번식은 잘하는 것 같았지만 묘목의 크기는 늘 고만고만하였다. 그런데 능소화 묘목을 키우는데는 나무와 같은 높은 지주가 필요함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다.
주 묘목에 긴 지줏대를 세워 준 후에야 꽃을 피웠지만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기가 힘들어서 인지 꽃은 많이 피지 않았다. 그래도 스스로 번식을 잘하는지라 새롭게 뿌리를 내린 묘목 한 삽을 떠서 언덕 위 밤나무 아래에도 심어보기로 했다. 그늘을 만들어 성장을 방해할 것 같은 밤나무 위 가지들은 대부분 잘라 주었더니 예상대로 잘 타고 올라 드디어는 몇 년이 지나 꽃을 피웠다. 이제 산에 능소화가 핀 것이었다. 멀리에서도 보기 좋았다.
같은 시기에 서 너 군데 더 옮겨 심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토양이 좋지 않아 말하자면 바위 위에서 자라게 한 셈인데 묘목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흙을 퍼 덮어 주고 매일같이 물을 주며 가꾸는 그런 정성을 쏟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았지만 결국 역시나 였다.
그래도 이렇게 애초에 심었던 자리를 중심으로 능소화 여러 송이들을 볼 수 있는 기쁨으로 그 옆에서 한참을 들여다 보곤 한다.
- 2020.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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