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는 호암산
호암산은 내 집 앞에서 빤히 보이는 산이다.
높이는 385m. 거의 주말마다 찾아가는 산이 되고 보니 이제는 산이라는 개념보다 집 앞의 정원이라는 생각이어서 이 호암산을 오르는 것은 등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산책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집 앞에서 바라 본 호암산)
호암산은 호랑이의 형태를 빼 닮아 그렇게 이름붙여 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조선 태조가 나라를 세울 때 경복궁에서 바라보는 남쪽의 이 산이 마치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그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이곳에 호압사(虎壓寺)를 세웠다고 전한다.
호암산을 오르는 코스는 여러 개가 있다.
서울대 쪽 관악산 등산로에서 성주암이나 철쭉동산 쪽으로 오르던가 신림 9동이나 10동 등 신림동 쪽 아니면 금천구 시흥2동 쪽에서, 그리고 안양쪽에서 삼막사 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이 곳 호암산에 오를 수도 있다.
그 많은 코스 가운데 내가 주로 오르는 코스는 신림 10동의 관악구립 운동장과 활터가 있는 곳이 되고, 아니면 천주교 삼성산 청소년수련원이 있는 곳을 즐겨 택한다. 여기에서는 천주교 삼성산 수련원이 있는 코스를 중심으로 주로 얘기하고자 한다.
신림동에서 안양으로 넘어가는 산복도로 좌측 편으로 삼성산 성지가 있고 계속 오르면 호암산 정상으로 연결된다.
천주교 삼성산 청소년수련원 이곳 입구 대로 변에는 뜬금없이 대형 낚시점이 하나 있다. 아마 비교적 터가 넓고 주차하기에 편리하다는 이유때문에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싶은데 주변 환경으로 봐서는 낚시점보다는 등산용품 가게가 있어야 맞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를 팔겠다는 연목구어 같아 보이지만 이 자리에서만 5년을 훨씬 넘긴 것 같으니 아무래도 장사가 쏠쏠히 되긴 되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잠시만 걸어 오르면 바로 천주교 청소년수련원이다. 이 곳엔 70 여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성당이 있다. 나는 이 곳 작은 성당이 주는 검소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연세 많으신 신부님의 미사 집전이 마음에 와 닿아 가끔씩 찾아 와 미사를 드리곤 한다.
옆으로 난 작은 계곡을 끼고 10여 분 오르면 약수터가 한 군데 나오고 그 옆으로 조금 오르면 바로 천주교 삼성산 성지가 된다. 한창 꽃이 핀 국수나무 군락 밑 바위 틈에서 두 줄기로 약수가 나오고 있다.
호암산이 바로 옆에 있는 삼성산의 곁가지인 셈이나 천주교에서 이 곳을 굳이 삼성산 성지라 호칭하는 것은 이 자리에 세 분의 순교성인 유해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주교와 모방, 샤스탱 세 분의 성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산중미사가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곳에서 미사를 드리고 산행을 하는 신자들도 꽤 있는 편이다.
호암산 오르는 산길에는 바위들이 많다. 바위길을 따라 오르면 정상으로 연결된다.
산행 중에 만난 산비둘기. 살짝 살짝 근접했는데 달아나지 않아 고마웠다. 언젠가 고감도 망원렌즈를 구입하게 되면 산새들도 많이 찍어두고 싶다,
산행 중에 만난 등산객. 누군지 모르나 나처럼 혼자만의 산행에 익숙해진 사람같았다.
한 창 제 철인 아카시아로 숲 길은 향내로 가득하다.
때죽나무 향기도 그윽하기 그지 없다. 꽃이 아래로 매달려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종(鐘)모양의 열매가 열려 영어로는 Snowbell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마악 돋아나기 시작한 일본잎갈나무 어린 잎이 환상을 이루며 꽃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호암산 정상에 있는 약수터. 이곳 찬우물 약수터는 오고 가는 수많은 등산객들에게 청량수가 되어주고 있다.
찬우물 약수터에서 물을 받고 있는 한 등산객.
호암산 정상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며 저 아래 보이는 시가지를 관망하다 능선을 따라 시흥 방면으로 10여 분 내려가면 불영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나온다.
이 곳 옆으로는 '한우물'이라 이름하는 장방형의 커다란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네모 반듯하게 인공으로 석축을 쌓아 운치는 덜하지만 산 정상부에 이런 연못이 있고 또 항상 물이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화마를 막거나 화재 진압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고 임란 때 이 곳에 주둔했던 군사들의 식수로 쓰기 위해서였다는 설도 있다.
내가 알기로 이 곳 지질이 물이 쉽게 스며 드는 마사토인데도 물이 항상 채워 져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바닥 주변을 진흙으로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한우물 옆으로 위치한 작은 암자인 불영암은 요즘 개축 불사가 한창이다.
불영사 위쪽으로는 작은 석상 하나가 세워 져 있다. 형태로 보아 해태상이 아니라 '개'로 봄이 맞다. 어인 까닭인지 알 수 없으며 수호 개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호암산 정상부 동쪽에서 내려다 본 서울대학교 원경.
호암산 6부 능선 쯤에서 바라 본 삼성산 전경. 왼쪽 첨탑이 KT삼성산중계소 송신탑이고 오른쪽이 높이 445m의 삼성산 정상이다. 그 사이 8부 능선 쯤에 삼막사가 있으나 이 사진으로는 식별할 수가 없어 아쉽다.
호암산에서 바라 본 안양시가지 아파트 군.
삼성산 성지의 성모 마리아 상.
- 오늘도 기도하는 시간 속에 좋은 날 되소서....
-2006.5.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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