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하늘로 오르는 능소화

소나무 01 2021. 6. 29. 10:47

어느 시골의 돌담에서 봤던 능소화. 주황의 꽃도 좋고 잎새도 기품이 있어 보여 시선을 끌었다. 묘목을 구해 집 마당에 심은지 오래되었지만 맞지 않은 토양 때문에 십여 년이 넘도록 자람이 매우 더뎠다. 물론 꽃도 없었다. 

토양이 그렇다 치더라도 그냥 심어놓고 방치하다시피 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능소화는 무엇인가를 타고 올라가야 성장이 빨랐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제 녀석이 알아서 무언가 타고 올라가겠지 했다. 

 

차고 옆의 능소화는 이후 길게 세워 준 나무 지주 때문에 그걸 타고 올라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해서 해마다 탐스럽게 꽃을 피운다. 고마운지고. 

이 녀석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 새 봄이면 주변 여기저기에서 새싹이 나온다. 그냥 버려둔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여 밤나무밑에도 감나무 밑에도 그리고 소나무 밑에도 옮겨 심었다. 건조하기만 한 토양 때문인지 몇 해 동안은 심어놓은 그대로더니만 3, 4년 지나서부터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고 밤나무를 타고 올라간 능소화는 지난해부터 꽃을 피워 주인에게 답례했다. 감탄.

 

 

 

이번엔 소나무.

뒤란 길게 뻗어있는 소나무 두 그루 밑에 심었는데 그동안 두어 뼘 이상을 자라지 않아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무 기둥을 보니 능소화 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고 있지 않은가. 또 감탄. 주변에 담쟁이들이 많아 처음엔 담쟁이거니 했건만.

그러더니만 드디어 주황의 꽃을 터트렸다. 주변의 푸르름에 그야말로 홍일점이다. 이번엔 탄복이라고해야 되나?

앞으로 계속 피어 기쁨을 줄 것이다. 내가 지금 껏 봐 왔던 어느 능소화보다도 높디높은 곳에서 그 자태를 뽐낸다.

그래 높이 높이 자라거라. 그리고는 하늘과 내 집 사이의 메신저가 되어 좋은 기운을 전해주기를...

 

                                                                                            - 2021. 6. 26(일)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닭장 확장  (0) 2021.07.13
나라 꽃은 있어야  (0) 2021.07.11
매실 수확  (0) 2021.06.11
아욱 꽃  (0) 2021.06.11
닭장짓기 재 시도  (0)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