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봄부터 쉼 없이 피고 진다. 대개 사나흘은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있으나 산수유 같은 것은 거의 한 달 여 노란 모습을 보여주다가 초록 잎이 나면서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꽃을 대하는 마음이 점점 예사로워지지 않는 것 같다. 평소에는 화무십일홍이란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렸으나 요즘은 그 의미를 깊숙이 체감한다. 어떤 때는 심각할 정도로. 만년 청 준일 것 같던 지인들의 부음을 접할 때마다 더욱 그렇다.
무궁화 얘기하렸는데 어쩌다가 이리되었는지...
7월 들어 능소화가 여기저기에서 시선을 끌어들이더니만 식탁에 앉아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집 나무 울타리에 무궁화가 한창이다.
식탁에 앉게 되면 내가 기대어 사는 익산 땅의 상징인 미륵산이 정상까지 눈에 들어온다. 애초 집을 지을 때 일부러 창을 크게 내어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던 탓이다. 물론 항상 벽체를 바라보며 뒷모습으로 조리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해서 그리하기도 했고 더불어 아일랜드 형식의 싱크대를 설치하며 주방의 품격을 격상(?)시켜 보려 했지만 역시 무엇보다도 숲이 있는 자연 풍광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어떨 때는 창문이 그야말로 자연을 담은 액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그 느낌이 또 왔다. 창 밖으로 무궁화가 여러 송이 피어있지 않은가. 나라꽃이라 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따라 내 눈에 참 존귀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었다.
"와.- 무궁화가 참 많이 피었네. 예쁘네..."하며 새삼스럽게 감탄.
지금의 무궁화 나무 키가 얼추 3m는 되어 보인다. 집을 짓고 바로 묘목을 심었으니 수령이 대략 17년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원을 꾸민답시고 이런저런 꽃나무들을 구입해 심으면서 그래도 나라꽃이 내 집에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3주를 나눠 심었는데 그 가운데 지금 보이는 북쪽 울타리의 무궁화가 가장 잘 성장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족한다.
"그래도 내 집에는 무궁화가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 적어도 겨자씨만큼의 애국심은 있지 않겠느냐"라고.
이름도 어려운 서양 꽃나무들만 심어대는 요즘 세상에 말이다.
- 2021. 7.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