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밖의 전화 한 통을 받다.
"어이 나시, 이 훈이네-"
얼마나 반가운 목소린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방송 초년시절 사수셨던 분이시다.
날 많이도 예뻐해 주고 많이도 가르쳐 주셨던 장형같은 분이시다.
형수님은 날 보고 아무 거리낌 없이 시동생이라 호칭하셨다.
"어이 자네 주소 좀 불러 보소- "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아니, 책 한 권 보내줄라고- "
그 책이 이 책이다. 그리도 글솜씨 좋으신 분이 이제서야 책을 내시다니. 늦어도 한 참 늦었다.
신문사 주필로 언론사 생활 마감하신 후 수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한 바 있어 남도 갯길을 혼자 걸으셨단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잠시 일별하면서 그동안 내가 참으로 무심하게 살았다는 생각.
역시 글솜씨 좋으시고 책도 참 잘 만들어졌다.
전라도 육자배기 맛이 여기 저기서 넘친다. 장형은 진정 토종 남도사람이다.
"형수님도 잘 계시죠? 건강하시죠?"
"그럼"
"일단은 제가먼저 찾아 봬야겠지만 여기 미륵산 밑 제 사는 곳도 형수님이랑 한 번 바람쐬러 오십시오"
"좋지"
며칠 후 보내주신 저서를 반갑게 받아 일별하는데 당신께서 사경을 헤매다가 입원하여 담당의사 덕분에 다시 생을 이어가고 있다고 회고한 부분이 크게 들어 온다.
책은 이미 3년 전에 출간하신 것이었다. 2년 전에 일흔을 넘기셨구나.
책 속에 단 한 컷 들어있는 장형의 모습에서 내가 정말 무심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또 한 번 들다.
- 2012.7.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