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거북하게 들렸던 "할아버지"란 호칭에 대해 이젠 별스런 거부감이 없다.
손주 녀석이 벌써 10개월 째 이고 보니 그동안 할아버지 소리를 어지간히도 들어왔던 터라 감각이 무뎌진 탓도 있지만 예순을 넘긴 나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에 아무런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자가 앞에 붙은 손주라서 그저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젊은 날의 애인 생각 못지않게 날마다 보고 싶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에 살아 2-3주에 한 번 씩은 얼굴 보는 편인데도 집에 왔다 간 후엔 어찌나 눈에 밟히고 허전한지...
지난 주초에 찍은 것이니 가장 최근의 손주 모습이다. 이름은 "건희"다.
언제나 내새끼가 예쁜 법이니 다른 사람이 볼 땐 그저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별스럽지도 않은데 유난을 떤다고.
이 녀석은 일단 잘 웃는다. 더 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어린아이 얼굴에 환한 웃음까지 있으니 아니 예쁠 수가 없다.
그래서 혹시라도 손주녀석의 해맑은 얼굴에 그늘이라도 생길까 싶어 아기 있는 곳에선 절대 부부가 냉전(?)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딸녀석에게 당부하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주와 똑같은 어린아이가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내 몸짓을 보며 좀 웃어달라고 녀석에게 아양을 떨기도 하고, 백치같은 모자람으로 아무 개념없는 친구가 되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먹을것 챙겨 주고, 새로운 장난감도 준비하고, 지저귀도 갈아 주고, 목욕도 시켜 주고, 눈을 비비거나 하품이라도 하면 안고 돌아 다니며 재워주고... 그래서 사실은 한편으로 좀 피곤하기도 하다.
녀석을 방바닥에 내려 놓으면 천방지축 휘젓고 돌아다니거나 무엇이건 닥치는 대로 제 입에 집어넣는 바람에 내 일은 아예 할 수가 없다.
어깨와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해 날마다 치료다니는 할머니는 이미 손을 들어 버렸다.
건희 오면 반갑고 좋은데 내가 봐 줄 수가 없어. 다음 날 내가 너무 아퍼... 하며.
날마다 이렇게 돌봐 줘야 하는 지어미와 어린이집 보모는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 때문에 손주에 대한 한 선배의 말씀을 이제서야 실감나게 고쳐 새기고 있다.
"오면 반가운데, 가면 더 반가워... " 하시던.
그래도 손주가 보고 싶다. 꼬옥 안아주고 싶다. 이번 주엔 오려나? 하며 기다리게 된다.
날마다 쓰는 노트북 "내그림"에 많은 사진을 담아 놓고는 날마다, 아니 하루에 몇 번 씩이고 꺼내 보며 혼자 씨익- 웃는다.
"건희야, 까꿍!-"
하면서.
- 2012. 1.20(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