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꽃 잔치

소나무 01 2013. 4. 26. 23:37

 

봄이 찾아 오면서 꽃이 쉴 새없이 연달아 피고 있다. 산벚꽃과 복숭아꽃이 만개하면서 혼자 보기 아까워 졌다.

아내와 아들 녀석이 꽃구경하고, 서울의 지인 내외가 하루를 묵어 가고...

그래도 계속 피어 나기 시작하는 꽃들은 누군가를 자꾸 불러 와 우리를 보게 하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매화가 지고 난 후 정원 한 쪽에 내 땅에 자생하던 산벚과 도화가 나란히 만개하였다. 복숭아꽃은 비교적 화사한 편이어서 꽃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그루 심어 가꾸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나무들은 분홍 빛 화사함으로 집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주인에게 답례하는 것이었다.

 

 

 

 

 

                                                                   

마리아 상 주변에는 명자꽃이 아직 붉은 기운을 잃지 않았고 박태기와 꽃잔디가 역시 화사하게 피기 시작했다.

개나리가 진 후엔 같은 노란 색의 황매화가 울타리를 이루어 주었고, 머리 하얀 주인은 행여 꽃처럼 젊게 보여질까 싶어 홤매화를 배경으로 얼굴을 들이 밀다. 아서라 어줍잖다만 星이 너라도 좀 봐 주렴. 

 

 

 

 

내 분수도 알아야겠지만 나이 들어 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주례 요구는 극구 사양하는 편인데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아들을 장가 보낸 옛 직장 후배가 그 때문에 일부러 내 근무지 주변까지 찾아 와 저녁을 멋지게 사다. 

보답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두릅이 제 철인데 내집에서 다시 저녁이나 하자고 청했는데, 서로 서로 아는 처지의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이 생각 나 함께 꽃잔지나 하자고 하였던 바...

식탁에는 내집에서 나 온 온통 나물 투성이였지만. 그래도 모두들 즐거워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러다가,

꽃잔치는 결국,

꽃잔치는 결국, ... ...

 

... ...

결국, 술잔치가 되었다는 그런 얘기.

 

 

                                                                                             - 2013. 4.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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