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란 텃밭에서 일하다가 뭔가 푸득거리는 것 같아 살펴 보니 제법 큰 새가 땅바닥에서 움직인다.
딱따구리다. 가까이 가니 마치 시계 초침처럼 머리를 까딱거리며 나를 경계한다.
"해치지 않아. 근데 왜 그러니?"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은 분명한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농약? 그건 아닌 것 같고... 다친 데도 없는데... "
좀 더 다가 서자 재빨리 근처 감나무에 올라 내 눈치를 살핀다.
한참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다.
망원렌즈가 필요없구나. 스마트폰을 찾아 줌인으로 접사 촬영하다.
감나무에 앉은(?, 이 녀석은 서 있다고 해야 하나?) 딱따구리. 고사목만을 골라 부리로 나무를 쪼아
대며 상당히 큰 공명음을 내기에 나에겐 익숙한 새다.
근접 촬영하다. 곁에서 자세히 볼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새사전에서 검색해 보니 큰오색딱따구리다.
오색딱따구리와 흡사한데 다만 이 녀석의 가슴과 배에 얼룩무늬가 있다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 땐가? 오색딱따구리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만 사는 아주 귀한 천연기념물이었던 것으로
배운 것 같은데,
지금은 내집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
산자락에 사는 재미와 기쁨.
좀 더 가까이 스마트폰을 들이대니 다시 퍼득거리며 바닥으로
이동한다.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어
잘 살거라"
녀석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다시 밭으로 돌아 가 하던 일을
계속해야 했다.
- 2013. 3.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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