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짓는 텃밭농사 가운데 비중이 제일 높은 것은 고구마다. 그 자체가 식량인데다 수확량을 많아 기대할 수 있고 한 겨울에도 심심풀이로 그 별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잘 지어본 일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쉽게 건조해 버리는 토질 때문.
어제 비가 제법 내린데다 당분간 비 예보가 없어 오늘 심지 않으면 안되었다.
밭은 이미 정리해 놓은 상태였기에 서둘러 멀칭 작업을 하고 하나 씩 심어 가다. 땅이 촉촉한데다 심기용 꼬챙이가 고구마순을 잘 물고 땅 속 깊이 들어 가 손맛이 좋았다. 비만 며칠 안에 내려주면 모두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까운 황등 장날에 맞춰 그 곳에서 고구마순 두 다발을 사다. 비가 온 다음 날인데다 신품종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 묶음에 9천원을 받는다. 판매하는 곳이 멀리 떨어진 곳에 한 군데 있을 뿐이어서 선택의 여지도 없다.
흙이 수분을 적절히 유지하고 잘 살아날 수 있기만을.
200여 개를 심었는데 활착율 여부는 오직 비에 달렸다.
오후 늦게 급히 서둘러 심느라 제법 땀을 흘리다. 수확의 그 날을 기대하는 마음에 그저 기분이 좋을 뿐.
- 2019. 4.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