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고 보니 TV보다는 라디오가 더 친밀하다. 아침 프로그램을 듣고있는데 "하지에는 뭘 하지?"하는 우스개 소리가 귀에 꽂힌다.
"아, 오늘이 하지구나 -"
계절 변화에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 편이라 생각하면서도 새롭게 들린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 보다는 "하지감자"가 우선 아닌가?
집 동쪽 편 나무울타리 옆으로 두어 두렁 감자를 심었었다. 한 쪽 두렁의 감자 줄기와
비닐을 걷어내고 괭이질을 시작한다. 하지를 며칠 앞두고 잎이 노랗게 변하고 시들해지면서
수확 시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텃밭농사 하면서 제일 기분이 좋은 순간이다. 땅을 헤쳤을 때 어린아이 주먹만한
알맹이들이 나올 때의 그 기쁨이란.
이게 두 두렁의 수확량 전부이다. 아마도 일조량이 적은 탓에 결실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어인 일인지 올핸 감자꽃도 피지 않았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텃밭 위치의 한계다.
그러나 지난 해 언덕바지에 심어 거의 해 버려서 수확이랄 것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꽤 많은 소출이다. 이나마도 고맙다.
발아와 성장 시기에 밭에 수분이 없었던 탓이란 걸 알아 장소를 바꿔 재배한 결과물이다.
어떻든 해마다 조금씩 재배 노하우가 늘어가니 수확량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무섭게 번식하는 산딸기라서 많이 제거해 냈는데도 언덕 한 귀퉁이에 탐스런 열매들이
수없이 달려 있었다. 특유의 달콤함에 산자락 생활의 낭만을 즐기고.
- 2019. 6.22(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