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간이창고를 만들다

소나무 01 2020. 3. 1. 10:18


텃밭농사라도 지을라치면 농사도구와 자재들이 제법 필요한데 사용 후의 보관문제는 그동안 보일러 창고를 이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 수록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챙겨야하는 물건들이 늘어나게 되고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어서 집 이곳저곳에 널부러진 채 방치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농업용창고를 번듯하게 하나 지어야겠다는생각은 아예 없었고, 해서 뒷동산에 작은 공간 하나를 만들기로 하다. 그런 생각의 결정적인 동기는 주변에 흔한 대나무 때문이었다.. 



대나무는 비를 맞게 되는 경우 아무래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기에 네 귀퉁이에 철주를 박고 지주르르 세울 곳곳에 벽돌을 괴어 바람에 흔들리거나 물에 젖는 일이 없도록 나름 생각해 봤다. 

대나무를 엮어야 하는 과정에서는 쩍쩍 벌어지는 나무 특성상 못을 사용할 수 없어 비닐 끈과 철사로만 처리해 보기로.

비닐끈이 햇빛에 직접 노출되지 않으면 삭지 않아 얼마동안은 견고하게 유지가 가능할 것 같았다 

1mm  두께 정도의 비닐을 사용하면 최소 7-8년은 버티지 않을까 싶었다.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부분을 교체해 주면 더 이상도 사용이 가능하리라 믿고.



톱질이 필요한 곳을 표시하느라 연필을 사용하다 보니 불현듯 솟아 오르는 아버지 생각.

아버지는 생전에 작은 토목일들을 손수하시면서 연필을 늘 귀에 꽂고 있었다. 닭장을 만들고, 판목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처마선을 연결하여 작은 방 한 칸을 만들고....그런 일들을 휴일에 혼자 하시면서 이 막내 아들을 조수(?)로 쓰셨다.,

나는 밖에 나가 놀고 싶은데도 휴일에 자주 붙잡아 두심이 참으로 싫었지만 돌아보면 그 때 많은 걸 배웠던 것 같다. 






완성(?)된 농자재 창고. 굳이 건축비(?)를 따지자면 3만원 짜리. 인건비(?)는 물론 제외하고

불과 몇 m 정도 사용하고자 하면서 농가의 비닐하우스용 대형 비닐을 구입하자니 부담에 앞서 낭비가 되는 것 같아 인터넷을 뒤져 3×4m 짜리를 구입했다. 이어 붙여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테잎을 이용해야 했지만 점착력이 떨어질 때면 교체하면 될 일이다. 비닐로 덮어 씌워 눈비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미괸을 해치는 구차스런 모습같아 어줍잖지만 일단 눈에 띠지 않는 나무 숲 속에 있는데다 텃밭농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재들을 보관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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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2.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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