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면 마당 쓸 일이 있겠는가.
시골에 살면서 사각 사각 - 밧으로 마당쓰는 소리라도 스스로 즐길 수 있음이 행복이다. 요즘은 비도 필요없이 강력한 송풍기로 한 방 날려 보내면 끝이던데 그래도 이런 데 살고 니 어린 시절의 싸리나무와 대나무 비가 그립다.
오래 전에 구입한(10년도 훨씬 지난) 대나무 비가 닳아 없어 져 새로 사야겠다 싶어 재래시장을 다녀 봐도 보이질 않는다. 모두가 초록색의 프라스틱 빗자루 뿐이다. 썰렁한 모습에 정이 가지 않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로.
대나무의 잔가지를 모아 일정 시일 말려 두었다가 댓잎을 모두 제거했다. 그런 다음 자루에 대충 두르고는 철사로 단단히 묶었다. 그런대로 내 나름대로의 실용적(?)인 비를 쉽게 만들어 아침 일찍 문 앞을 쓸다.
그런데 내가 민든 비가 겉으로의 모양새를 잘 갖춘 것 같은데 어딘가 어색해서 그동안 사용했던 빗자루를 유심히 관찰해 보다. 그냥의 싸구려 비가 아니었다. 하찮게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장인의 독특한 비법이 있었던 것이다.
우선 잔가지들을 아래 쪽으로 모아 감고 그 위로 좀 더 굵은 가지들을 모아 둘러 엮었다. 그런데 그냥 적당히 둘러 엮은 게 아니라 끝부분을 서로 어긋나게 엮어서 튼튼함을 유지토록 한 것이다. 오오 - 이런 대나무 비 하나에도 숨겨져 있는 예사롭지 않은 숨씨.
대충 대충에 익숙해 져 있는 나에겐 까다로운 비법이어서 외관을 흉내 내어 만들어 보다. 그런데 역시 아무래도 한 눈에 식별이 가능한 짝퉁이다. 그래도 돈 들이지 않고 내 손으로 만들었으니 의미있다고나 할까? 제법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철사 대신 칡뿌리로 묶어 보고 싶었는데 주위에 없어 다음 기회를 생각하며.
죽세공예라고 하면 너무 호사롭다. 쨤 날 때마다 대나무로 비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에서 무얼하며 지낼까. 시대 흐름에 사라져 버리게 된 안타까움. 아마 지금은 8순이 훨씬 지났을 것 같은 할아버지들의 얼굴과 솜씨가 오늘 유난히 그립다.
- 2020. 3.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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