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방 하나 있어 군불 때는 재미가 있다. 아내가 오면 한 여름에도 불을 땠다. 나이도 있고 하니 옛 어른들 말씀처럼 뜨거운 방에서 몸을 좀 "지지라"고 그러는 것이었고, 아내는 좋아했다. 아궁이가 있어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얻는다. 어쩌다 한 번 씩 불을 넣고 보니 땔감 소요가 많은 것은 아니다. 나무들이 많이 자라 울타리 안에서 가지치기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겨울엔 아내가 황토방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 나무의 소비가 제법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밖에서 구해 올 필요가 없을 만큼 여유가 있지만 이게 타고 나면 한 줌 재로 변하는 것이고 보니 평소 많이 준비되어 있어야 안심이다. 완전히 소모가 될 때까지 마냥 축낼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 노동력 한계를 생각해서라도 여력이 있을 때 땔감을 좀 더 확보해 보기로 하다. 독에 쌀이 가득하듯 땔감도 많으면 절로 배부르다 하지 않았는가.
뒷산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지천이다. 태풍에 쓰러진 거목도 있고 너무 밀집된 상태에서 자라서인지 하늘로 곧게 뻗은 채로 생명이 다한 나무들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지팡이 하나 들고 뒷산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이제부터는 가능한 대로 하루 한 개 정도 씩이라도 땔감을 옮겨 와 보기로 하다.
둘레가 큰 통나무들은 현장에서 알맞은 크기로 절단해야 되는 문제와 또 인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운반 방법상의 문제로 대부분은 이처럼 길죽한 것들만 선택하여 날라 오다. 고사한 나무들은 대부분 소나무가 주류를 이루지만 소나무는 송진이 많은 데다 특히 관솔 부분이 많아 땔감으로는 적합치가 않다. 태울 때 그을음이 많이 생기면서 연통에 달라붙어 막히게 되는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을 지폈을 때 연통에서 연기가 거의 나오지 않아야 한다. 충분히 마른 장작을 때면 연소가 아주 잘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 내 집 굴뚝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게가 많이 나갈 것 같지 않은 작은 통나무는 수작업으로 잘라 어깨에 짊어지고 나른다. 한 때 허리를 다쳐 무거운 물건은 손도 대지 않았으나 이제 회복이 되었으니 크게 무리하지만 않으면 되었다. 70Kg이나 되는 철도 폐 침목을 어깨로 나르고 도끼질하여 장작을 패던 청년 시절이 나에게 있었으니 이런 작업은 생경한 일이 못된다.
별도의 저장 공간에 땔감을 모아 두고 있지만 아궁이 주위에도 15년이 지난 화목들이 아직 쌓아 놓고 있다. 이번에는 요 며칠 사이에 준비한 장작들을 다시 쌓아 두다. 땔감을 마련하는 일은 봄이 올 때 까지 계속해 볼 참이다.
- 2020.12.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