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병아리를 애지중지 기르다가 족제비에게 모두 잃었다. 기른 지 2개월 만이었다. 그때의 허망함이란... 나무와 비닐 그물망으로 허술하게 닭장을 지은 탓이 컸다.
언젠가 다시 기르려니 했는데 진안 산골에 사는 선배 분이 다시 병아리를 20여 마리 줄 테니 길러보라고 권한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 사양했는데 함께 있던 지인이 간단히 닭장을 지을 수 있는데 망설이지 마라면서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거든다.
그렇게 하여 개량품종이라는 병아리 20마리를 가져 와 다시 길러 보기로.
우선 종이 상자 두 군데에 넣어 기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밤 기운이 차가 와 현관에다 잠을 재우며 정을 쏟기 시작하다. 병아리 자체가 귀엽고 예쁘지만 늘 화초와 나무만 대하다가 살아 움직이는 가축을 대하는 기분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밤이면 서로 엉겨 붙어 체온을 유지하며 조용히 잠드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닷새를 그렇게 보낸 후 닭장 짓기 공사가 시작되었다. 근처 중고 패널과 철재 판매 가게에서 자재를 구입하고 철물점에 들러 필요한 부속들을 구입하다. 철 그물은 인터넷으로, 그리고 스레트는 건재상에서... 등등 사전 준비를 마치고 두 분의 도움으로 시작. 각 파이프와 패널 절단기를 직접 가져오는 등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착착 작업을 진행.
그런데 장난감 같은 작은 닭장이니 몇 시간이면 작업이 끝나려니 했는데 웬걸 기본 골조작업을 하는데도 하루가 꼬박 걸렸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바람에 질척거린 까닭도 있지만.
기꺼이 시간을 내어 수고해 준 두 분이 고마웠다.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철 그물 두르기와 스레트 지붕 덮기 그리고 실리콘 방수 작업 같은 것은 이튿날부터 차근차근 진행. 그렇게 해서 꼬박 이틀이 더 소요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튼튼한 닭장이 되었다. 패널과 철 그물을 땅 밑 30Cm 이상 깊이 묻었으므로 예전처럼 족제비의 침입은 어림없을 것이다.
종이상자에서 삐약 삐약 하던 병아리들을 풀어 놓으니 활발하게 뛰어다닌다. 초기에 병약한 3마리를 잃고 지금은 모두 17마리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입식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어느 새 날갯짓하며 횃대에 오르내리는 녀석들이 또한 귀엽고 보기 좋다.
그리고 닭장을 짓는데 필요한 자재 구입과 기타 부수적인 일들에 편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 써 준 친구에게 특히 감사하며. ^^
- 2021. 5.2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