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뻗은 오동나무 가지가 있어 쓸모가 있으려니 해서 두어 개 잘라 헛간 옆에 비스듬히 방치해 둔지 서너 달 되었을까.
그런데 이게 왠 일, 엊그제 그 옆을 지나다 우연히 눈길이 닿았는데 아뿔싸 그 가지에서 움이 터서 한참을 자라 있지 않은가. 가지 안의 영양분으로 일시적으로 움을 틔운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려 성장하고 있은 것이었다.
수년 전 은수원사시가 그러하더니만 이런 모습을 두 번째 본다. 묘목처럼 아주 작은 게 아니라 직경이 5cm 안팎 되는 제법 굵은 나무줄기인데 땅과의 접촉면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힘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모습을 보니 옛날 고승이 그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아 놓았더니 그것이 자라 고목이 되었다는 전설, 그거 황당한 게 아니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면 부지깽이를 꽂아도 움이 튼다더니...
생명이란 게 참 경이롭고 신비할 따름.
이 나무는 껍질이 왜 이렇게 생겼고 잎은 왜 이렇게 생겨 나오는지 기타 등등
조물주릏 만나 어이 그런지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좀 더 두고 볼 참이다.
- 2021. 4.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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