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지빠귀의 황당 사고

소나무 01 2023. 6. 25. 13:01

심은 나무들이 커가고 잎들이 무성해지면서 새들이 많이 찾아들어 반갑다. 청아한 새소리까지 함께 듣게 되면 너무 기분이 상쾌하다. 요즘은 주로 뻐꾸기와 꾀꼬리가 놀고 간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니 잠시 쉬었다 가든 먹이활동을 하고 가든 잘 보내고 가면 좋을 텐데 이따금씩 사고를 내 안타까운데...

 

 

오늘 아침 거실의 대형 유리창 문에서 꽈당- 하는 소리가 나다. 새가 유리창에 크게 부딪혔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눈을 돌려 보니 새 한 마리가 혼절한 상태로 바둥거리더니 이내 정지상태로 서있다. 엊그제 멧비둘기 한 마리가 같은 사례로 횡사한 바가 있어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데크로 나갔더니 부동자세인 채로 눈만 힘들게 껌벅인다. 입을 벌린 채 미동도 안 하는 것을 보니 몹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꽈당 소리가 났으니 머리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다리 하나가 오므라진 상태인데 다행히 다른 쪽 다리로 지탱하고 있다.

 

 

 

지금 견디느냐 죽느냐 하는 기로에 있기 때문에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최대한 버티고 있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는 나를 피하려 하겠지만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을테니 다만 그 자리에 있을 뿐.

손으로 머리를 매 만지며 안정을 취하길 바란다.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 내가 제 몸을 만지면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충격이 더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위로의 의미일 따름이니 더 놀라지 않기를.

그런데 잠시 후 벌려져 있던 입이 다물어졌다. 발가락을 펴 주니 제대로 편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 살았구나. 좀 더 안정을 취하면 다시 날아갈 수 있을 거야"

새에 무지한 나로서는 지금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 그냥 차분히 안정을 취하도록 옆에서 지켜볼 뿐. 

내가 엊그제 전정 작업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허벅지 쪽에 큰 충격의 타박상을 입었었다. 어찌나 아픈지 주저앉았다가 1, 2분 후에야 겨우 일어나 걸었던 것을 생각하며 동병상련 입장에서 비록 미물일지라도 그 통증의 심각함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지기도. 

 

 

그런데 새 이름을 모르겠다. 직박구리를 닮았는데 몸집은 비슷해도 정수리 모양이 다르다.  

한 10여 분쯤 지났을까.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고갯짓을 한다.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이제 곧 날아가겠다는 워밍업이다. 

긔리고는 빠른 날갯짓으로 날아올라 이내 상수리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래 어디에서든 잘 살거라. 내 집 미워하지 말고.

 

 

내 집 대형 유리창의 반사 작용 때문에 새들은 거실 쪽에도 숲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제 비행 속도로 내리꽂으니 사고가 아니 날 수가 없다. 유리문을 없앨 수도 없고, 나무를 베어 낼 수도 없고. 그저 새들이 잘 살펴서 날아다니길 바랄 뿐.

 

이후 검색해 보니 새 이름은 지빠귀. 정확히는 흰배지빠귀. 지빠귀의 종류가 참 많다는 것도 오늘 알았다. 예전에 찾아왔던 호랑지빠귀도 같은 종이었고.

지빠귀라는 독특한 이름이 궁금했다. 비슷한 새인 직박구리 이름이 변화해서 지빠귀가 되었을 것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이 새소리를 듣고 그렇게 이름 붙였을 것이라고도 하고.  어떻든 순우리말이어서 좋다.

 

                                                                                                     - 2023. 6.25(일)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운 토종닭  (2) 2023.07.18
진입 도로 포장  (2) 2023.06.30
드디어 노각나무 꽃 피다  (0) 2023.06.19
살구 수확  (2) 2023.06.17
닭 방사  (2) 202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