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동안 기다렸던 꽃이다. 묘목을 구입한 지 10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기록이 빠져있다. 시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에서 샀다.
오래전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서며 돌계단을 내려오는데 오른쪽 편으로 조성된 정원에 이 나무의 꽃이 피어 있었다. 함박꽃 보다 작은 순백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 나무를 내 집 마당에 심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그날 나무시장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묘목을 심은 후 2,3년 후면 피겠지 했는데 척박한 땅 때문인지 성장이 매우 더뎠다. 2년 전에는 전정을 도와주던 친구가 그냥 원줄기를 싹둑 잘라버리는 바람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 많은 세월을 견뎌내며 드디어 꽃을 피운 것이다. 멀리에서 보면 언뜻 하얀 동백처럼 보이지만 꽃잎이 그보다는 얇고 암수술 형태가 다르다. 좋은 향기가 날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향이 거의 없다. 그래도 반갑고 기쁘다.
지금은 꽃을 딱 한 송이만 보여주고 있지만 며칠 새에 몇 개 더 필 것 같다. 사실 조그맣게 꽃망울이 맺혔을 때부터 탄성을 질렀지만 이 노각나무 꽃망울이 꽃을 피울 때까지는 매우 오랜 시일이 걸렸다. 이 정도의 꽃망울이면 대략 20여 일이 지나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기간만큼 오래 피어 있으면 좋으련만 어찌 될지 조바심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꽃이 피기 전까지 녹나무와 노각나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이 비슷해서 그랬겠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 지금 3m 정도 자라 있다.
- 2023. 6.1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