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억새밭으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을 철을 지나 갔다 오다. 억새축제도 끝난지 오래, 제 철을 지나 조금 호젓한 기분으로 산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포근해진 날씨 탓인지 생각 밖에 많이 찾아 온 등산객들로 인하여 산은 아직 원색의 물결이었다.
산을 오를 때 약간 손이 시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곳은 어느 새 초겨울이었고 계곡 가장자리에는 군데 군데 얼음이 보여 차가와진 날씨를 실감케 했다. 정상부는 지난 번에 내린 눈이 아직 하얗게 쌓여 있어 명성산은 그야말로 초겨울이었다.
신림동 집에서 출발한 후 2시간 40분 만에 산정호수 주차장에 도착. 10시 30분 정도가 되었으나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주차요금 1,500원에 입장료는 1,000원.
주차장에서 바라 본 명성산 일부분. 저 암벽산 너머로 억새밭이 있다.
명성산 등산로 입구. 양쪽으로는 최근에 지어진 듯한 상가들이 비교적 깨끗한 모습으로 들어 서 있어 좋았다.
등산로 입구의 산행안내 표지판.
등산로는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나 있다.
밤사이에 얼어붙었던 땅이 아침햇살을 받아 풀리고 있다. 그러나 이내 질펀한 길을 만들어 버려 걷기에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계곡 옆 바위에 생긴 고드름들. 이 모습만으로는 마치 한겨울에 들어 와 있는 느낌이었다.
등룡폭포. 초겨울이라 물줄기가 가늘어 졌고 더구나 윗쪽으로 군시설이 들어서 있어 어떤 훈련을 해서인지 물은 탁한 상태였다.
등산로 오른 편으로는 철조망과 함께 "사격중"이라는 표식이 부착되어있어 전방지대임을 실감케 했다.
8부 능선 위 쯤 부터는 음지 쪽으로 잔설이 남아 있었다.
그 유명한 명성산 갈대는 이미 제 철이 지나 햇빛에 반짝이는 은빛 솜털은 거의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큰나무밑의 약수터. 윗사진의 표지판에는 궁예가 마셨다는 기록과 함께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아니하고... 라고 쓰여있으나 정작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다가가니 어느 등산객,
"물이 말라 한방울도 없으니 오지 마라"고 이른다.ㅣ
갈대밭이 있는 봉우리에 명성산이라는 표지석이 있으나 단순히 표지석일 뿐 이곳이 해발 923m의 명성산 주봉이 아니다.
갈대밭을 지나 삼각봉으로 오르는 능선 길.
명성산 삼각봉.
삼각봉에서 내려 다 본 산정호수.
멀리 초록색의 골프장이 내려 다 보인다. 주말 운동의 대비되는 모습같아 보인다. 사람들은 보다 여유있는 몸동작으로 그린필드에서 하루를 즐기지만 산에 오른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을 따름...
삼각봉에서 명성산 주봉까지는 능선을 따라 3Km 쯤을 걸어야 한다. 능선이 끝나는 저 뒷쪽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명성산 정상, 오늘 산행은 여기에서 마치기로 했다.
왕복 5시간 정도를 걸은 셈이다.
능선에서 내려다 본 들녘.
명성산에서 동쪽으로 바라 본 곳에 화악산이 있다. 산 정상에 기상관측용인 원형의 하얀 건물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 와 쉽게 알 수 있었다.
명성산에서 자인사로 내려오는 하산코스의 돌계단. 나의 촬영기법이 모자라서 그렇지 거의 직벽에 가까워 위험하기에 이곳으로의 등산은 무리이다.
자인사 극락보전.
자인사 입구의 소나무 밭.
자인사에서 내려 오면 바로 그 밑으로는 산정호수.
석양무렵의 포천시가지 외곽 부근. 떨어지는 해가 정면으로 보여 어느 산자락의 저녁연기 나는 민박집에 들어 가 하룻밤 묵어가고 싶었다.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4시 7분에 출발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포천시가지 부터 주차장이 되었다.
7시쯤의 의정부 인근으로 기억되나 교통방송을 들으니 어떻든 이 시간 무렵의 서울 주변은 모두가 교통난이었다. 명성산에서의 맑아진 마음이 집에 돌아 오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변해 "이런 서울바닥에서 이렇게 몸살을 앓으며 살아야 되나- "하는 씁쓸함.
그래서 집 앞 관악산을 갔어야 했는데... 하면서도 가보고 싶었던 산을 찾아갔다 온 보람은 있었다. 집에 돌아오기 까지는 아침 출발 때의 거의 두배 가까운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그래 다음부터는 정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 "하면서도 땀 냄새 등으로 인해 옆에 앉은 그 누구에겐가 피해로 돌아 갈까봐...
- 2006.11.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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