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한 여름의 관악 팔봉능선

소나무 01 2006. 8. 6. 17:25

 

 

 걷다 보니 다섯시간을  훨씬 넘겨...   

 

 

 전국의 산과 바다가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장마 끝의 무더위가 정말 기승을 부린다. 이럴 때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만 그래도 나도 차를 끌고 어디라도 가고 싶다. 하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눌러 참는다.  

 

 결국은 또 관악산이다. 오늘은 팔봉능선을 타겠다고 마음 먹는다. 어쩌다 보니 또 일요일, 시장 바닥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에 떠밀려야 하는 것도 짜증스런 일이지만 한 낮의 무더위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서 7시 40분 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왠걸, 이 시간에도 관악산공원 주변에는 사람으로 넘쳐 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제 각각 무리를 지어 산 안으로 들어 선다. 가족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등등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자리나 음식물을 잔뜩 담은 비닐 주머니같은 것을 손에 들고 가는 것으로 봐서 본격 산행은 아닌 것 같고 아마 대개는 계곡의 물가에서 하루를 보낼 것으로 생각되는 단순한 피서 인파로 생각되었다.

 

 연주암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꺾어들자 예상대로 그 많던 사람들이 일시에 시야에서 사라진 듯 조용해 졌다. 다행이다. 계속 전진하여 무너미 고개를 넘어 팔봉능선을 탈까 하다가 날씨 관계도 있고 하여 오늘은 역순으로 방향을 잡았다.

 발걸음이 가볍다. 이런 속도로 올라 가면 9시 조금 넘어서 정상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산행에서의 원래 내 모습대로 혼자다. 가끔 동행하던 아들 녀석이 한 달 일정으로 프랑스로 떠났다. 짜아식-. 지난 주까찌만 햬도 함꼐였는데 녀석이 없는 빈자리가 허전하다. 그래, 구경도 구경이지만 봉사하는 게 훨씬 의미있고 아름다운 거지.

 

 가끔 찾아 가는 길이고 보니 새로울 것은 없는 편이다. 이마의 땀이 콧등을 타고 흘러 내리고 얇은 바지도 땀에 젖어 허벅다리에 달라 붙었다.

 그러나 바람 한 점 없는 날씨. 그저 터벅 터벅 걸을 뿐.

 

 

 

 

 

 

 초입에서 연주암으로 가는 길로 꺾어 들어서는 정상에 이를 때 가지 생수를 마실 곳은 중간 쯤인 이 곳이 유일하다. 약수터에서는 저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작은 바가지로 물을 떠서 꿀꺽 꿀꺽 들이킨다.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나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 곳 약수터는 물줄기에서 물을 받아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인물을 떠 먹도록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는 위생적인 측면에서 조금 생각해 볼 만 한 것 같다.

 

 

 

 

 정상부를 바로 앞에 두고 숨이 차서 헐떡거리게 만드는 깔딱고개.

 다리에 무리가 가고 숨이 차 올라 몇 번을 쉬어야 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잠깐 쉬는 편이지 산행하는 동안 편히 앉아서 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 습관이 어떤 편인지 모르지만.

 이번 관악산 산행의 경우도 정상부에서 연주대를 바라보며 3분 정도 앉아 있었을 뿐 5시간 이상을 계속 걸었다.  

 

 

 

연주대. 나는 이 곳을 바라볼 때 마다 연주대를 받치고 있는 바위 덩어리가 쩍- 갈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언제나 아슬 아슬하다.

 

 

 

 

 과천 쪽 입구에서 방송사 송신탑까지 사람과 부식 등을 실어 나르는 방송사 전용 케이블카.

 

 

 

 

 연주암. 쇠 파이프 구조물 때문에 어지러운 모습이어서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신자들을 위한 집회 또는 기도소와 연등 설치 등을 위한 임시 구조물 같았다.

 

 

 

 

 

 

 큰법당과 천수관음전 등의 부속 법당에는 참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능이 100 여일 정도 남아서 인지 자녀들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신자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ㅇㅇ하는데 십만원, ㅇㅇ하는데 삼십만원 등등의 액수를 적어 넣은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어 그건 좀 그렇다는 생각.... .

 

 

 

한 편으로는 등산객들을 위한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효령대왕(세종의 형)의 영정을 모신 효령각.

유리액자에 담긴 영정은 바깥 풍광이 그대로 반사되어 사진 촬영이 불가함은 물론 육안으로 들여다 보기에도 쉽지 않았다.

 

 

 

 

 학바위능선 쪽으로 가다가 촬영한 연주암 전경.

 

 

 

 

 관악산 팔봉. 물론 봉우리가 8개 여서 팔봉이라 이름한 것이다.

방송사 송신소 앞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이번에는 쉽고 편하게 저 봉우리들을 타고 내려 갈 참이다.

 

 

 

 뒷모습이 마치 연인끼리 어깨동무 한 것 같아...

 

 

 

 6봉 쯤에서 본 방송사 송신탑과 건너 편 기상관측소.

 

 

 

 6봉의 암벽.

 

 

 

 상당히 험하게 보였는데 찍고 보니 그렇지도 않은 듯...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간주나무. 대단한 생명력인지라 절로 탄성이 나왔다.

 

 

 

 

  암벽 경사면을 걷고 있는 등산객.

 

 

 

 

 3봉 정도 되는 모양인데 기억이 없고 다만 바위 틈에 뿌리를 내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대견스러웠다. 낙락장송은 못되지만 준 낙락장송급은 되려나?....

 

 

 

 

 

 

 

 1봉 쪽의 손가락 바위. 보는 방향에 따라 손가락처럼 보이기도 하고 왕관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창 꽃이 피기 시작하는 산초나무. 이 나무의 독성으로 인해 열매를 찧어 냇물에 풀면 고기가 떠오른다 했고 집 주변에 심으면 모기가 근접하지 않는다 했다.

 내가 나중에 산자락밑에 집을 지으면 몇그루 심겠다고 계획한 나무 중의 하나다.

 

 

 

 

 굳이 이 바윗덩어리에 오르지 않아도 하산할 수 있는데 사람들의 심리가 모두 다르므로... 

 중년 여성의 등산객이 암벽을 잘타는 경우를 나는 부러운 눈초리로 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와- 저 아줌마 대단하네. 저런 것이 아줌마의 힘인가?.... " 하며. 

 

 

 

 8월 초, 관악산 산행 중에 볼 수 있었던 꽃다운 야생화는 드문 드문 만나는 원추리와 이 며느리밥풀꽃이 거의 전부였다.

 

 

 

8봉을 다 내려섰을 때야 소란스러울 정도의 사람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는 한가한 편이고 계곡 물줄기를 따라 양 편으로 피서 인파의 행렬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다시 산을 타고 삼성산과 호암산을 넘어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앞으로도 두 시간 정도 더 걸어야 할 것 같아 포기하기로.

 비교적 평탄한 계곡 길을 따라 관악산 입구로 되돌아 오고, 그 곳에서 다시 딱딱한 보도블럭을 밟으며 대로를 따라 아파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20분.

 

 오늘은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5시간 반 정도를 혼자 걸은 편이다. 걸으면서 씹었던 쑥떡 한 개로 시장기는 면했지만 그래도 점심이 기다려 진다.

 조금 전 산행을 끝낸 관악산을 바라보며 집에서 먹는 맛있는 점심.  

 

 

 

 

 

 

 관악산 입구, 일요일에만 개방한다는 야생화 학습장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꽃 사진 두 장.

 수입종을 포함한 손으로 꼽을 정도의 야생화들이 인공으로 재배되고 있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없다는 듯 스쳐 지나갈 따름이었다.

 

 야생화라고 이름할 수도 없는 위 한련과 백일홍은 아버지가 손바닥만한 화단에 빠뜨리지 않고 심어 가꾸던 꽃이었다. 아버지의 모습과 어린 시절이 점철 되기에...

 이 꽃들 역시 내가 지어 살아 갈 집 정원에 꼭 심어 가꿀 품종들이다.

 

                                                                              

    - 2006. 8.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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