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연휴가 긴 편이다. 어제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한 후 승용차 편으로 대전을 출발한 시간이 오후 1시. 귀경길이 아무리 복잡해도 서너시간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서울까지 7시간이 넘게 걸리는 큰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고속도로는 어제만큼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인 것 같았다. 차 안에 갇혀 지낸 어제의 고생으로 몸 안의 진기가 모두 빠져나가버린 것같아 오늘은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 연휴가, 이 가을 날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 산에 가야지. 그런데 너무 먼 곳은 어제의 교통 참화(?)로 인해 겁이 나기에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소재의 태화산을 찾기로 했다.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면 마성터널에서 양지까지는 당연히 정체려니 생각하고 속도내기를 아예 포기해 버리는게 현실이지만, 아니, 그런데 오늘 아침은 아니었다.
오전 8시 반에 집을 나서 9시 경에 서초나들목에 진입했는데 어인 일인지 양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쾌속질주였다.
양지에서 98번 지방도로로 바꿔타고 곤지암 방향으로 가다 보면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라는 곳이 나오고 이곳 추곡저수지 부근에 주차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영동고속도로 양지IC에서 나와 곤지암으로 가는 98번 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추곡리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태화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개가 있으나 나는 이 길을 택했다.
도로입구에서 찍은 추곡리 마을 일부. 전경을 촬영하려면 왼쪽 편 산을 올라야했으나 시간 관계상 생략했다. 서울과 가까와서인지 전원주택이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
추곡저수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태화산 정상이다. 해발 644m.
도로는 태화산 중턱까지 나 있으나 여기를 조금 지나면 자갈길이 이어지고 경사면이 높아 승용차의 진입은 불가하다. 나는 근처 빈터에 적당히 주차하고 여기서 부터 걸었다.
입구 왼쪽편에 서 있는 고목은 수령 백년쯤 되어 보이는 밤나무. 밤송이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도 주워가는 사람없이 그대로 있었다.
밤을 줍는 사람은 나와 함께 산행한 사람. 친구같은 아내.
접시에 담겨진 왼쪽이 잠깐 동안 주웠던 태화산 입구의 밤(쥐밤)이고 오른쪽은 다른 곳에서 주운 정상 상태의 밤. 쥐밤은 부피는 작지만 정말 달고 맛있다. 오래 전 지리산 연곡사에서 얻어 먹었던 쥐밤의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오른 쪽 일도암 표지판부터 정상쪽으로 400m 까지 도로가 나 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바로 일도암이나 암자는 건축 예정이어서 실체는 없었고 현재는 간이 형태로 존재한다.
길가에서 만난 야생화들.(노란꽃은 좁쌀풀같은데 하얀 것은...?)
길 주변에는 보라색 배초향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씀바귀.
쑥부쟁이
천남성.
천남성 열매는 한창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는데 배초향과 마찬가지로 드문 드문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초입을 지난 후에 만난 쑥쑥 뻗어 곧게 자라고 있는 전나무들.
태화산에는 전반적으로 소나무보다 참나무류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7부 능선 쯤의 헬기장에서 본 정상부.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쉬엄 쉬엄 40여 분 걸린 것 같다.
능선따라 오르는 길 주변의 참나무 줄기들.
헬기장 주변에서의 갈대와 등산객, 구절초 등.
정산을 70 여 m 앞두고 놓여져 있는 철제 계단.
태화산 정상. 정상은 사진에서처럼 공간이 협소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양쪽 밑으로는 70-80도 정도의 급사면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여섯 사람 정도를 만났다. 사람 물결에 시달리지 않고 아내와 둘이 차분히 산행할 수 있어서 나로서는 좋았다.
태화산 정상 기념표지석.
정상에 설치되어있는 뫼 산(山)자 모양의 나무 의자.
정상에서의 기념 촬영.
태화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통신기지국(태양열전지를 사용하는 자동화시설인 듯)
정상 근처에 피어있는 산국. 가을향 짙은 이 산국을 만날 수 있어서 태화산 산행은 무엇보다도 보람이 있었다.
산국주라도 담아 보고 싶어 마악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를 따 모으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추곡마을. 맑은 가을날씨였지만 시계는 넓지 않았다.
태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추곡저수지(줌 렌즈 사용). 저수지 바로 옆으로 차를 대고는 1시간 정도 걸어 올랐던 것 같다.
정상에서 바라 본 서남쪽 산의 능선들. 서울 근교인데도 시멘트 고층건물이 보이지 않아 좋았다.
가을에는 비가 오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너무 오지 않아 가문 편이다. 정상부근의 단풍을 비롯한 나뭇잎들이 계속되는 가을 가뭄 때문에 잎이 부석 부석 타들어 가고 있다.
꽤 긴 계곡을 끼고 산행을 한 편이었으나 계곡엔 전혀 물이 없었다.
7부 능선 헬기장에서 본 북쪽 풍광. 산의 한쪽 경사면에는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산수가 좋아 행복할 수가 있겠지만 우리네 숲은 또 상채기가 난 그 만큼의 아픔으로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세월을 견디어야 한다.
하산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본 석양 무렵의 고속도로.
추석 다음 날이라서 어느 정도의 정체를 예상하고 아예 느슨하게 맘을 먹었으나 의외로 쾌속 질주하여 컴컴해지기 이전에 집에 돌아 오다.
- 2006. 10. 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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