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2

벤츄레이터 교체

이런 걸 여기에서 팔까? 하면서도 면소재지 건재상회에 들러"정화조 바람개비...  " 했는데 곧바로 "벤츄레이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매우 희소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지만 그 물건의 이름을 원어(Ventilator)로 표현해 주는 그 자체도 사실은 좀 놀라웠다. 얼마 전 변기 물탱크의 필 밸브(Fill valve)가 고장 나 철물점에 들러 내가 그 이름을 말했다가 뭘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고는 다시 말을 바꿔  "그 부레같이 생긴 것..    "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네 가옥이 현대식 구조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물건들이 처음 대하는 물건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 이름들도 새로운 것이 많아졌다. AI 시대를 살..

내 집 이야기 2024.09.25

여름날의 석양

지난 여름날은 참으로 무더웠다. 노동력이 필요한 밖에서의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1주일 여를 더 지나야 평년 날씨가 될 것이라는데 이제 9월, 마음 안에 이미 가을이 들어섰다.숫자 상의 여름인 지난 6월부터 대문 밖에 나가 석양을 보았다. 저녁을 마친 후 한낮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해질 무렵에 집 주변을 거닐며 서녘의 노을을 볼 수 있어 좋았다.해는 그 자리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졌지만 주위의 구름과 노을빛은 날마다 새로웠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그냥 무연히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악 가라앉았다.그리고 남겨 두고 싶었다.가능한 같은 사이즈로 담았다. 똑같은 자리에서의 자연 현상 그대로.미처 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여름날 3개월 동안의 석양을 ..

내 집 이야기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