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6

시월 끝 날 구절초를 보며

오늘 아침 기온은 8도. 바깥 날씨가 제법 차가 와져서 새벽에 일어 나 창문 열기를 주저한다. 거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면  동트는 모습은 아직이고 대신 데크 앞의 하얀 모습에 눈길이 간다. 구절초.   내가 직접 심어 가꾼 게 아니다. 집 언덕에 피어있던 것이 어느새 퍼져 여기 작은 꽃밭을 가득 메웠다. 우선 청초하다는 느낌이어서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고 한참 들여다보며 여러 사념들에 사로 잡히게 되고. 시월 초부터 피기 시작한 꽃들이 거의 한 달째 같은 모습으로 피어 있다. 참 오래가는 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통과의례를 벗어날 수 없으니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어 아쉽다. 오늘이 시월의 끝날이라서 더욱.  여러 사념들 속에 문득 생각나는 노래들. 나는 시월의 마지막 밤에 뜻 모를 얘기만 남기고 헤어..

내 집 이야기 2024.10.31

뭡니까 이게

호박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분명 그렇게 따지듯 항의할 것이다.내가 호박에게 늘 갑으로 군림한 대가를 지금의 참담한(?) 결과로 돌려받고 있다. 심을 때 딱 한 번 거름을 준 것 말고는 이후 나 몰라라 했으니.올해 호박 농사를 망쳤다는 넋두리다.  해마다 모종을 구해 심었는데 올봄엔 지난해 수확했던 것 중에서 건강해 보이는 씨앗을 골라 적당한 간격으로 파종했었다. 생각대로 모두 싹이 잘 올라왔고 왕성히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암꽃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일이 지나면 나오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다 작은 구슬 같은 것을 달고 나오는 암꽃순을 보면 그리 반가웠고.  그러나 다시 그 자리에 가 보면 아기 주먹만큼 커져 있어야 할 호박이 사라지고 없었다. 한두 개가 그러려니 하고 다른 ..

텃밭 농사 2024.10.30

목사가 된 친구, 그리고

새벽 5시, 카톡 알림이 깨운다. 예상대로 친구의 문자 메시지. 지금 미국에 마악 도착했다는. 친구 K는 미국에서 목회 일을 하고 있으면서 고국에 잠시 나왔다가 돌아갔다.  친구는 언론사의 특파원이 되어 세계를 누비는 것이 꿈이었는데 어찌하다가 신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미국에 정착하게 된다.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오랜 세월 사목 활동을 하다가 몇 해 전 은퇴하고는 현재 아리조나 주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계속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어떻게 노후를 보낼까 숙고하다가 소외 지역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것이 의미 있는 노후라고 생각했다고. 그런 친구가 존경스럽다.  그는 이번에 참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고국 땅에 왔다. 일주일 여 짧게 머물며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그리고 ..

기타 2024.10.27

구절초 공원과 종석산

가을 초입이면 구절초 축제가 열리는 정읍 산내면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매년 지나치기만 하다가 올해 기회가 되었다. 지난 10. 13까지 앞서 열흘 동안의 해당 지역 축제는 그 기간 동안 꽃들이 완전 개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종료되었는데 막상 꽃들은 이제 만개가 된 것이다. 한 여름의 지루했던 무더위 탓이다.지금 쯤 가면 차분히 볼 수 있겠다 싶어 16일 아침 집을 나서다.  현장에 9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없다. 예상 밖이다. 개화 시기가 늦다는 소식 미리 알고 어느 정도는 찾아올 줄 알았는데. 주차장은 한가했고 매표소도 문을 닫았다. 자유 출입.실기한 해당 지자체에서 최소한의 안내 시설만 운영하고 있었다. 그동안 심고 가꾸느라 대단한 공력이 들어갔을 테고 각종 행사와 먹거..

산행 2024.10.18

미륵사지 석탑 미디어아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오랜 약사의 석탑과 현대 미디어 아트와의 만남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미륵사지 석탑에 여러 형태의 레이저 광선을 투사하며 현란한 모습들을 만들어 냈다. "전국 최초의 역사 유적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졌고 빛이 투사될 때마다 사람들은 우와, 우와 -  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빛과 역사와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에 대한 감탄일까.아님 빛이 만들어 낸 신비스러운 형상에 대해 감탄하는 것일까.    규모 있는 문화 행사와의 접촉 기회가 적은 지역에서 가졌던 이벤트였고 보니 퍽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 9. 6부터 10. 6까지 한 달간 흔치 않은 볼거리(?)가 이곳 미륵사지에서 제공되었다.어둠은 모든 것을 덮어 있었지만 레이저 빛은 깜 한 하늘에 움직이는 ..

기타 2024.10.13

둘레길의 맥문동

집과 연결된 미륵산 둘레길을 자주 걷는다. 가을 텃밭 관리로 며칠 뜸하다가 나섰더니 솔밭 오솔길 사이로 보랏빛 맥문동 꽃이 한창이다. 해마다 여는 서천군의 맥문동 축제가 지난 8월 하순에 끝났다는데 지금 여기에서 무리로 볼 수 있다니.  솔밭 밑으로 은은한 색으로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그렇게  많은 면적은 아니나 평소 이 둘레길을 찾는 몇 사람(?) 정도에게는 작은 환호를 안겨 주는 소중한 공간이 된다.  한약방을 하던 친구네 대문 옆 은행나무 밑에 자라고 있던 것을 어릴 때부터 봐 와서 낯설지 않은 식물.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각인되어 있다. 내가 산자락에 집을 마련하고 아내와 함께 연못가에 처음 심었던 것이 이 맥문동이었다. 언덕에 흔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때 많은..

내 집 이야기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