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여기에서 팔까? 하면서도 면소재지 건재상회에 들러
"정화조 바람개비... " 했는데 곧바로 "벤츄레이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우 희소한 물건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지만 그 물건의 이름을 원어(Ventilator)로 표현해 주는 그 자체도 사실은 좀 놀라웠다. 얼마 전 변기 물탱크의 필 밸브(Fill valve)가 고장 나 철물점에 들러 내가 그 이름을 말했다가 뭘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고는 다시 말을 바꿔 "그 부레같이 생긴 것.. "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네 가옥이 현대식 구조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물건들이 처음 대하는 물건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 이름들도 새로운 것이 많아졌다. AI 시대를 살아가려면 참 많은 것들은 배워야 하는데... 그러고 보면 지금의 이런 것들은 어쩌면 참 사소한 것이겠지.
창고 안에서 꺼내주는 물건을 쉽게 구해 나서는데 주인이 한 마디 더 보태주는 것이었다.
"바람이 쎄게 불면 빠져서 날아가 버릴 수 있으니까 피스로 박아요!" 한다.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피스라는 나사못 이름도 몰랐었다.
아, 그렇게 하면 좋겠구나. 어떻든 친절한 건재상이 가까이 있어 벤츄레이터를 쉽게 그리고 튼튼하게 하게 교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사용했던 벤츄레이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많이 삭아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의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기다란 배기통이 쓰러져 버려 난감 했었다. 거기에 기존 벤츄레이터도 박살이 난 상태여서 보수를 서둘러야 했는데 비교적 간단히 작업을 끝냈으니 얼마나 시원한지. 비용은 벤츄레이터 값 2만 원이 전부.
잘 돌아간다.
왕관 같구나.
보기 좋다.
사는 것도 지금처럼 매끄럽게 잘 돌아 주길...
- 2024. 9.2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