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내가 숲으로 보냈다. 고향집 연못에서 부화된 얼추 백 여 마리의 금붕어 중에서 10 여 마리를 아파트로 가져 와 그동안 항아리 어항에서 길러 왔는데 그 중 몇 마리를 다른 이에게 분양해 준 일이 있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도 작은 항아리에 너무 많은 식구가 사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다시 분양해 주려 했는데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족관에서 구입한다고 해 봐야 불과 몇 천원 안팎이면 살 수 있을 것이고 또 막상 어항을 구해서 집에서 기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4 마리를 오늘 아파트 바로 앞산에 있는 작은 연못에 분양하였다.
손바닥만한 항아리에서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넓은 연못으로 이주한 기분이 그런대로 좋을 것이다. 1마리는 어느 새 수초 사이로 숨어 버리고 3마리가 무리를 지어 마악 수초 속으로 들어 가려 하고 있다.
그동안 아내가 먹이를 잘 줘 왔는데 이 녀석들은 앞으로 먹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궁금하다. 인공으로 만든 워낙 작은 연못이라서 먹이가 될 만한 미생물이 살지 않는 것 같은데... 하지만 곧 야생화 되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금붕어를 넣어 준 원형의 연못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항상 흐르는 것은 아니다. 이번 비에 형성된 물줄기다. 비는 어제 저녁에 그쳤는데도 지하 물줄기가 비를 흠뻑 흡수했는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제법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연못의 물은 비가 없는 날에도 마르지 않고 일정하게 담수되어 있어 금붕어 분양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산책을 하며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금붕어를 발견하고 "숲속에 왠 금붕어?"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춰 구경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개구장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가끔 둘러 보며 건강하게 자라는지 살펴 볼 것이고...
그런데 겨울이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수심이 낮아 겨울이면 아무래도 연못물이 꽁꽁 얼어 붙을텐데,,,
그 때 쯤이면 누군가가 이 녀석들을 잡아다가 집으로 가져 가 길렀으면 좋겠다. 그도 분명 금붕어를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므로...
- 2009. 7.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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