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이곳 익산 지방의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 간다는 예보. 무엇보다 무가 얼까 봐 걱정이었다. 배추는 추위를 견뎌내지만 무는 달랐다. 이른바 무에 바람이 들어가면 먹을 수가 없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내려 왔다. 다음 주 쯤 김장을 하려는데 배추와 무를 동시에 하는 게 부담스러워 무만이라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비교적 실한 것으로 추려 뽑아 냈다.
텃밭의 무는 얼추 100 여 개 되는 것 같은데 그 가운데 잘 자란 것으로 선별하여 50 여 개를 뽑아 냈다. 통통하게 잘 자라 보기에도 좋았다. 퇴비의 힘만으로 별다른 병충해없이 잘 자라 준 것이었다. 농부의 입장에서 그것같이 기쁘고 고마운 게 없다.
무청을 말려 나중에 시래기국 재료로 쓸 요량으로 몸통과 무청을 분리해 놓으니 아내는 대뜸 "무에서 참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좋아 한다.
그 말의 행간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좋은 김장감을 얻었다는 기쁨과 그동안 텃밭 보살피며 수고가 많았다는 남편에 대한 고마음이 함께 섞여있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고.
손바닥만한 면적에 심었던 당근도 일부 수확해 보다. 그러나 김장감으로 직접 쓰이는 것이 아닌데다
무와는 달리 뿌리가 모두 땅 속에 묻혀 있어 냉해 피해가 없을 것으로 믿고 수확을 나중으로 미루다.
아내는 통통한 무를 모두 썰어 간을 해서는 함께 수확한 갓과 파를 넣어 무김치를 담다.
김치냉장고도 있지만 해가 묵으면 무장아찌라도 해서 먹는 게 좋을 듯 싶다며 일부러 항아리를 땅에 묻어 무김치를 저장하다. 누구에게든 우리집 반찬거리라며 시식을 권하거나 선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좋고.
우선 옆집 할머니댁에 한 봉지 담아 드리다.
무청은 따로 엮어 그늘 진 벽에 걸어 두다. 어릴 적 아버지가 했던 모습을 지켜 본 일이 있었으므로 그대로 흉내 내어 해 보다.
아! 그 때로 부터 어느 새 50 여 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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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2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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