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어느 날의 노을

소나무 01 2010. 7. 6. 16:43

 

내가 사는 동네의 골목 주변 옹색한 집들을 지나면서 이곳 사람들이 여름에 얼마나 덥게 지낼까 생각해 보곤 한다.  내 젊은 날의 이런 곳과 진배없었던 삭월셋방 생활을 떠올리면서....  창호지를 뜯어 내고 바른 모기장  방문, 몸을 찬 방바닥에 눕힌 채 눈은 천장의 싸구려 사방연속무늬만을 따라가며 더위를 잊고 있었다.

벽 한쪽의 손바닥만한 창은 앞 집의 담벼락 밖에 보이지 않았고, 가끔 씩 지나는 사람들 얼굴과 마주치며 멋쩍어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행복은 그 곳에 더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9층 아파트에서 때때로 좋은 풍광을 접하며 지내는 행복함이 있다. 

집이 산자락에 있어 내 집엔 에어컨도 선풍기가 필요없다. 사실 그런 게 없다.

 

어느 날 오후 지고있는 태양빛을 받은 한 건물의 유리창이 붉게 번쩍이며 마치 이글 이글 불 타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숙한 사진 솜씨여서 실감이 덜하지만...)

 

 마치 조명발을 받은 것 같은 관악산 아래의 그 건물을 멀리 보며....(서울대의 한 건물이다)

 

 방향을 돌려 내 집 북창에서 서쪽 하늘을 지켜 보았다. 마악 지고 있는 둥그런 해를 보며....

 

내가 사는 서울의 이곳에서도 창을 통해 이런 평화롭고 차분한 풍광을 접할 수 있다니.... 

나는 그것 만으로도 행복하였다.

 ....... 

 

                                                                                                   - 2010. 5.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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