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주변을 오가다 보면 초록의 작은 생명체들이 톡 톡 튀어 오른다. 제 몸집보다 수십 배의 높이로 튀어 오르는 것이다. 메뚜기 새끼들이다.
지난 해부터 울 안에서 살다가 월동한 후 이제 제 철을 만나 태어 난 것들이다.
△ 텃밭 주변을 돌아 다니다 보면 풀섶에서 무엇인가 가 톡톡 튀어 오른다. 이렇게 생긴 조그만한 메뚜기 새끼
들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방아깨비 새끼다.
농사라고 해 봐야 배추와 무, 들깨... 이런 것들인데 평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보니 녀석들이 이 집에서는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녀석들은 지금 텃밭의 들깻잎을 한창 공격 중인데 그러다 보니 깻잎이 성한 것이 없다.
하지만 시장에 내 놓을 것도 아니고 적당히 집에서 식용할 것이고 보면 구태여 온전한 잎사귀를 원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녀석들이 먼저 시식한 것들을 따 와 물에 한 번 씻어서는 그대로 쌈장을 발라 먹는다. 녀석들이 먼저 시식하여 식용으로서의 안전함을 보증하여 주었으니 오히려 고맙다.
그래서 깻잎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고 녀석들을 원망해 본 일 없고 그러려니 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 편이다.
제 철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시장에 나오는 깻잎보다야 아무래도 많이 못생겼지만 그러나 들깨 고유의 독특한 향이 풍겨 맛은 훨씬 더 하다는 느낌이다.
△ 손바닥만한 면적에 가꾸는 들깨 밭에 메뚜기 새끼들이 한창 제 세상이다. 깻잎을 주된 먹이로 하며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어 대부분의 깻잎에 구멍이 뚫려 있다.
아무래도 채소라는 게 제철에 자연스럽게 길러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메뚜기도 우리와 공생하며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 한 차례의 일과성 호사에 불과할지라도.
△ 깻잎 뒤에 붙어 있는 방아깨비. 식사 준비 중이다.
아무튼 지금 메뚜기의 한 철이 시작되고 있다. 녀석들은 지금 텃밭의 깻잎들을 주된 먹이로 살아가고 있으나 다음 달 하순 배추와 무 파종이 시작되면 아주 부드럽고 영영가있는 음식을 먹어 가며 제 세상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녀석들 때문에 크게 피해 보는 것도 없고 또 녀석들이 해치우는 식사량이라고 해 봐야 배추 몇닢 정도에 불과 할테니 함께 나누며 살아야지....
△ 깻잎에는 이렇게 생긴 메뚜기도 함께 살아가고 있고,
△ 사마귀 녀석도 보인다.
- 2010. 7.2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