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

옥수수가 이번엔..

소나무 01 2010. 7. 19. 22:24

 

 

살다보면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해로운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마치 등산하는 것처럼 삶의 기복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반복이 될 뿐.

 

좋을 것 같던 옥수수 농사가 지난 번 장마에 일부 쓰러지더니 이번엔 까치 피해가 심각하다. 

집 주변엔 까치와 어치가 참 많은 편이다. 이 녀석들은 평소 집에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지라 먹이가 될만한 것이면 모조리 공격하여 요절을 낸다.

빨갛게 익은 마당의 산앵두가 보기 좋아 그대로 두었더니 일주일 후의 모습은 그야말로 초토화 싱태, 열매라곤 흔적도 없었다. 

 

△지난 주까지 빨갛게 익은 모습을 보여 준 산앵두. 따 먹는 것 보다는 그냥 두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내버려 두었더니 단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따 먹어 버렸다.

   

옥수수 역시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녀석들은 사람들의 눈과 마주치지 않는 쪽을 선택하여 집중 공격을 한 것이다. 녀석들은 적당한 덩치가 있어 먹성이 매우 좋은 편으로 보인다. 부리로 쪼아대는 모습을 보면 참 무자비하다는 생각이 들어 질 때가 있고 녀석들이 내뱉는 "캭!- 캭!-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징그럽고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 언뜻 보아 아무일 없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가장자리에 있는 옥수수들을 까치들이 몽땅 파 먹었다. 녀석들과 공생해야 하니 어느 정도의 나눔은 감수를 해야 할 것이나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어느 때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딱따구리도 끼어들어 쪼아 먹고 있었다.

 

△ 녀석들이 무자비할 정도로 쪼아 먹은 모습.

 

나야 소일거리 정도로 적당히 재배하여 가꾸고 있으나 전업으로 하는 농민의 경우라면 생각이 다를 것이다. 온 종일 땀과 정성으로 농사지은 것들을 이처럼 조수들이 피해를 주었다면...

TV에서 본 과수원의 까치로 인한 피해나 채소밭의 고라니, 산돼지 등의 짐승으로 인한 피해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남는다. 어떤 경우엔 황당하고 참담할 것이다.

  

△ 부분적으로 일부만 쪼아 먹은 게 아니라 이처럼 무자비하고 처첨하게 포식한 모습을 보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10여 개에 불과해 그나마 다행이다.

하여 나머지는 모두 일찍 수확하기로 하다. 녀석들은 잘 영글은 것들만을 표적으로 삼는지라 이제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실은  아직 덜 영글은 것도 없지 않은데.... )

 

수확이라고 해 봐야 수십 개에 불과한 작은 양이지만 어떻든 거의 모두 수확하여 몇개 삶아 먹어보니 찰기가 있고 맛이 좋은 편이었다.

 

녀석들이 맛있는 것은 알아 가지고...

 

                                                                                                         - 2010. 7.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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