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씨앗을 사다가 심었더니 하얀 박꽃이 피고, 그리고 두어 개의 박이 열렸다.
"아- 나도 표주박을 만들어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인터넷을 뒤져 박 만드는 법을 익혀 영화에서 많이 봤던 그런 표주박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은 장식품 정도였을 뿐 실제로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박을 만드느라 긁어 낸 씨앗들은 그냥 밭에나 버렸다. 이젠 안 심겠다고.
그리고는 잊어 버렸는데 올봄에 그 자리에서 싹이 많이 돋아났다. 모두 뽑아서 없애 버릴까 하다가 한 두 개 남겨 놓았더니 이게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것이었다. 밭에는 해마다 거름기가 더 해지니 박도 살만한 모양이었다.
차마 뽑아내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며 지냈는데 제 나름대로 열심히 자라는 모습을 보며 지줏대라도 세워줘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랬더니 한 줄기에서만 여러 개의 박이 메달린 것이다.
하여 가을엔 할 수 없이 또 표주박을 만들어야 하는 팔자가 되었다.
△ 한 줄기에 8개 가 매달렸다. 좀 과장하면 주렁 주렁 매달렸다고나 할까. 더 이상의 퍼져 나감을 방지하고자
순을 모조리 잘라 버렸다. 지금 내 처지(?)에 도무지 감당을 할 수 없어서...
호박은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커다란 호박이 두개 열렸다. 7개를 심었으니 지금 쯤이면 여러 개가 매달려야 옳으나 관리 부족이다. 표주박 보단 호박이 많이 열렸어야 하는데..
거름기는 어느 정도 있으나 워낙 물빠짐이 좋아 호박밭엔 물기가 너무 없다. 그래도 내년에는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하며 머리통보다 커진 호박을 보며 기분 좋아 한다. 지난 해엔 이런 호박을 아예 구경하지도 못했으니.
△ 벌써 늙은 호박이 되어 가고 있다. 잡초 더미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발을 잘 받도록 주변 풀을
제거하다.
△ 또 다른 녀석.
- 2010. 8. 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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