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진안에 갔다가 그곳 시장 노천에서 무 씨앗을 샀다. 물 건너 온 품종같았는데 그 곳에서 수 십년 동안 씨앗을 팔아왔던 것으로 짐작되는 할머니 말씀이,
"이건 꽝꽝한 무우여- 무가 큰놈은 연해갖고 시안이 되믄 물러, 근데 이놈은 봄에도 꽝꽝혀. 좋아-"
포장지 설명서를 보니 무 크기는 작되 잎이 무성하여 잎을 위주로 먹는 품종이었다.
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잎줄기가 유난히 길고 무성하였다. 무 김치도 먹고 무청으로 시래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뒷산에서 대나무를 몇 개 가져다가 건조대를 만들었다. 오징어 덕장 흉내를 내면 될 듯 싶었다.
햇볕이 들지않는 뒤란 처마밑에 설치했는데 평소에는 통풍이 잘되도록 하고 비가 오면 무청을 건 대나무를 그대로 처마밑으로 밀어 넣어 젖지 않도록 했다.
대나무 한 줄에 30 여 개씩 매달았다. 대략 100 여 개가 되는 것 같은데 작은 형님네와 나눠 무 김치를 담고 남은 것들이다. 올해는 재배를 좀 많이해서 무 구덩이에 잘 묻어 새봄까지 요긴하게 꺼내 먹겠다고 생각했었고, 무 종자가 그러하니 시래기감도 많이 만들어 놓겠다고 맘 먹었었다.
아직도 밭에는 100여 개가 남아있다. 나머지는 그대로 밭에 두었다가 무가 얼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면 캐서 시래기를 만들 셈인데 그 때가 되면 대나무 건조대가 8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단백질을 비롯해서 영양소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라고 하니 생선조림과 된장을 푼 시래기국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뒤란 텃밭에는 저 뒷쪽의 무와 함께 시금치, 상추, 갓이 아직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앞 마당 텃밭엔 마늘과 시금치, 양파가 파랗게 자라고 있어
메마른 겨울의 허전함을 메꿔주고 있다.
- 2011.12. 2(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