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

올농사 마무리

소나무 01 2011. 12. 5. 12:09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바람이 차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 든 모양이다. 하여 어제 서둘러 텃밭에 남아있는 무를 다 뽑고 구덩이에 묻어두면서

올농사를 마무리하다.

 

밭에 있는 시금치는 가끔씩 수확해서 국거리로 할 셈이다. 그 밖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굳이 일거리를 만든다면 때때로 뒷산에 방치되어있는 고사목이나 잡목들을 정리해서 화목으로 잘 보관해 두는 정도.

 

 

 

건강한 무만을 골라 김장을 한 후 밭에 그대로 방치했던 무들을 모두 뽑기로 하다. 다음 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 무가 얼어버리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서두르다.

잔챙이 무들이지만 겨우내 요긴한 먹거리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노력했던 만큼 잘 자라주어 나에게 기쁨을 준 채소들, 그래서 스스로 밝은 웃음을 지어보다.  

 

 

뒤안 산자락 응달진 곳에 구덩이를 적당히 파고, 신문지로 바닥을 깔고, 가장자리를 두른 다음 지주목을 세우고는 대나무를 쪼개 지붕용 서까래를 여러 개 두르다.

앞마당 텃밭에 남겨뒀던 잔챙이 배추 몇 포기도 함께 넣어 보관하다.

 

 

 

흙으로 덮은 후 채소를 꺼내는 입구 마개는 주변이 마른풀을 뜯어 뭉쳐

    끈으로 두르면서 병마개처럼 만들어 처리하다. 그런 모습을 산간지방에서

                                      가끔 봤었지만 무엇보다도 아버지에 대한 추억때문이었다.

                                               이 때 만큼은 스스로 생전의 아버지 모습으로 돌아 가 있었다. 

 

 

                  서까래 위를 비닐로 잘 두르고 그 위에 흙을 적당히 덮어서는 보온이 잘 되도록하고는

                  다시 그 위로 비닐을 둘러 눈비의 피해가 없도록 작업을 마무리하다.

                  어느 날 갑자기 무 생채가 먹고싶을 때, 고깃국이라도 끓여먹고 싶을 때 한 두개 씩 꺼내 

                  먹으면 좋으리.

                  

                  굳이 먹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무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다는 그 모습 그 자체에 의미가 더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 나이의 정서로는 방안의 냉장고 보다 이런 방법이 훨씬 더 사는 재미와 맛을 느끼게 한다.

 

                                       - 2011.1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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