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명자는 번식력이 강한 품종인가 보다. 구태여 씨앗을 파종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제 스스로 여기 저기서 싹이 돋아 난다. 그래서 가을이면 어린아이 키만한 줄기에서 엄청나게 많은 열매를 매단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결명자를 지금 껏 내버려 두었다. 물론 게을러서다. 덕분에 껍데기가 단단히 말라 손으로 살짝 비벼 주기만 해도 씨앗이 터져 나온다. 오히려 잘됐다 싶다.
오늘은 햇볕도 좋고 바람도 좋다. 결명자를 털기에 좋은 날씨. 데크 한 쪽에 비닐 포장을 깔고 그 위에 수확한 결명자를 쏟아 부어 발로 짓누르며 씨앗을 분리시키다.
껍데기가 잘 말라 생각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다.
적당히 부는 바람을 이용해 지푸라기를 걸러 내다. 어려을 적 엄마 생각이 난다. 저녁 때면 키질을 해서 쌀에 섞인 잡티들을 걸러 내었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손놀림을 하며 돌을 골라내기도 하고...
그냥 내집에서 먹을 정도의 결명자만 가꾸었으니 수확한 양이라곤 고작 이 정도. 두 세 되 정도 되는 양이지만 다음 수확 시기까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엔 신문의 작은 글씨가 쉽게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책도 10여 분 보게 되면 눈이 피로하여 한 참을 쉬어야 한다. 옆에 있는 안경을 착용하면 될텐데 가능한 맨 눈으로 보자며 고집을 피운다. 매일같이 시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 가는 세월을 어찌하랴.
이 결명자로 차를 내어 마시면 알려진 그 효능대로 눈이 약간이라도 밝아질 수 있을런지...
- 그 무렵 엄마는 수시로 나를 불러 바늘 귀를 꿰어달라고 했다. "잘 안 뵈긴다(보인다)"고.
엄마의 나이가 된 나도 바늘 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감으로만 실끝으로 쑤셔댈 뿐.
- 2012. 3.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