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엔 농한기란 게 있어 고달픈 일상에서 얼마동안 벗어날 수 있었다.
요즘엔 비닐하우스가 많아 계절 감각을 잃어버리게 하고 고소득을 위해 겨울철에 준비해야 할 것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겨울엔 여유가 있다.
손바닥만한 텃밭을 가꾸는 나도 이 겨울엔 시골을 잠시 떠나 따듯한 아파트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나의 연중 생활 리듬으로 보면 지금은 冬眠중인 셈이다.
그런 무료함을 달래주듯 아내가 호박죽을 끓인다. 내가 재배했던 늙은 호박으로 요리하는 것이라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냄새가 제법 구수하다.
색깔이 노란게 먹음직스럽다. 제법 큰 통으로 끓인 걸 보니 사위 생각도 포함된 듯 싶다. 난 죽에 밀가루를 푼 게 맛이 더 한 것 같다고 했는데 아내는 밥알을 고집한다.
질그릇에 담아 내 놓으니 맛깔스럽게 보인다. 시식하는 사람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3사람이다.
몇 숟가락 입에 넣던 아내가 아들에게 한 마디 한다.
"이거, 아빠가 농사지은 것이여. 맛있지?"
손주 녀석에게도 맛 보인다. 녀석이 처음 맛보는 호박죽이겠지만 특유의 단맛이 있어서인지 잘 받아 먹는다.
그리고는 답례로 숟가락 물기 묘기를 보여 주며 감사를 표시...^^
- 2012. 2.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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