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겨울 찬바람이 불고...

소나무 01 2011. 12. 24. 17:22

 

바람이 차다. 바람이 불 때 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쌓인다. 

이미 많은 나무들이 나목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나무에 잎을 매달고 는 것들은 거의가 신갈나무와 밤나무들이다. 다른 나무들은 그런대로 노랗거나 빨갛게 단풍이 들어 가을잎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도 하는데

 

이 두 나무의 잎들은 그냥 탈색만 될 뿐 바싹 메마른 상태로 매달려 있어 보기에도 삭막하다. 대신 이 낙엽들을 밟으면 유난히 바스락거려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하는 그 소리다.

 

 

산비탈에 쌓인 것은 나중에 거름이 되겠지만 잔디밭에 떨어져 쌓인 것들은 치워야 했다. 잠깐만 긁어 모아도 한 수레가 되곤 했다.

 

 

나뭇잎은 바싹 말라 그대로 불붙이면 활활 타오를 것 같다. 잔디밭 위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 몇 번은 뒤란의 공터에서 불사르며 맑은 불빛과 흰 연기 그리고 커피향 같다는 구수한 냄새를 맡다.

예전에는 철사로 만들어진 갈쿠리였으나 지금은 프라스틱 제품이 대부분이다. 가볍기도 하거니와 철사와는 달리 지면에 닿는 끝부분이 라운딩(?)처리되어 있다보니 풀뿌리나 줄기에 잘 걸리지 않아 나뭇잎들이 부드럽게 긁어 모아지는 편리함이 있다. 

 

 

혼자 황토방에 군불을 때고 자는 게 호사스러워 대부분은 심야전기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는 거실에서 보낸다.

오늘은 친구가 먼길 찾아온다 했으니 아궁이에 불을 넣어야  했다.

나무를 거의 태우고 나서는 낙엽을 한수레 끌고 와 불꽃을 확- 일으켜 보다.  

 

      

아직까진 실감을 못했는데 오늘은 날이 차다. 오늘 처음으로 두툼한 겨울옷을 꺼내 입었을 만큼 춥다.

수도전 옆에 잠시  내놓은 그릇에 물이 금새 얼어 붙다. 

 

                                                                                                     - 2011.12.22(목)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봄의 시작  (0) 2012.03.04
동면 중의 호박죽  (0) 2012.02.08
봄같은 겨울  (0) 2011.12.02
색색의 국화꽃이...  (0) 2011.11.03
가을꽃  (0)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