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꽃은 상징적으로 대비되는 것 같다. 고구마는 오래 전 부터 우리 먹거리가 된 토종과 같은 느낌이지만 브로콜리가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은 최근의 일. 서로 이질적 문화의 느낌을 갖게 한다.
둘 다 내 텃밭에서 진즉 꽃을 피웠지만 어제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두 꽃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배추꽃과 비슷한 노란 색깔의 아주 작은 브로콜리꽃들이 피었다.
지난 봄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우연히 이 씨앗을 발견하고 그냥 한 번 심어보겠다고 구입했는데,
장난처럼 파종했던 것이 절로 잘 자라 이렇게 까지....
수많은 꽃눈이 빽빽하게 뭉쳐 주먹만한 크기가 된다.
병충해없이 잘 자라는 편이라서 내년에는 계획적으로 심어 볼 생각.
살짝 익히면 진초록으로 변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초장을 찍어 먹는 맛도 색다르다.
고구마꽃이 참 귀해 그동안 행운의 꽃으로 불렸는데 품종 개량 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났는지 최근에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수획을 위해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려는데 마치 고별의 아쉬움이라는 듯
작은 꽃 두 개가 고운 자태를 하고 있었다.
수확이라고 해 봐야 볼품없이 자란 것들로 고작 1상자 정도. 심고 난 직후 많이 고사해 버린 탓이다.
그야말로 완전한 실패. 그냥 척박한 땅 탓으로만 돌려야 하는 것인지,
아님 품종을 바꿔 호박고구마 아닌 읿반 고구마로 바꿔야 할 것인지,
내년엔 재배 방법을 바꿔 볼 생각이다.
이 녀석은 케일과 함께 심은 콜라비.
케일은 매우 잘 자라 잎을 잘게 썰어 주로 비빔밥 용으로 아주 요긴하게
그리고 풍족하게 잘 먹었는데, 이 녀석은 필요한 원형의 보라색 몸체가 나올 때 까지
너무 많은 시일이 걸린다. 지난 봄에 파종했는데 이제야 몸체가 올라 오니....
물론 시험용으로 길러 봤지만.
해서, "좋은 종자, 필요한 종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 2015.10.2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