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무화과 이야기

소나무 01 2020. 7. 20. 15:48

무화과가 겨울 추위에 약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심은 지 오래되었지만 잘 자라다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만날 때면 뿌리만 남기고 동사해 버리기를 몇 번. 2년 전에 다시 모두 동사한 후 지난해 새 가지를 몇 개 새로 뻗더니만 한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올해 잘 성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가지는 2년생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는 15년생쯤 되는 셈이다.

 

 

올봄에 열매가 여나무 개 열리더니만 영양 부족 현상이듯 몇 개가 사라져 버려 그저 그러려니 했었는데 여름이 되면서 제법 많은 열매가 다시 열렸다. 그런데 무화과는 어느 순간 갑자기 몸집을 키워 푸르던 열매가 노르스름하게 변하면서 먹음직스럽게 그 모습이 변하게 된다. 무화과 아래쪽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속살을 드러내면 다 익었으니 따 먹어도 된다는 신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바로 직전, 새들이 그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공격한다는 것이다. 특히 물까치 녀석들이 쪼아 먹기 시작하면서 결국 그들만의 포식으로 끝내 버린다. 내일모레쯤 따 먹어야지 하다가 그렇게 당하기를 수 십 번.

 

 

할 수 없이 비닐 씌워 내 먹거리를 수호한다. 부리로 쪼으면 쉽게 구멍이 날 텐데 갑자기 윤택이 나며 빛을 반사시키는 물체의 등장 때문인지 녀석들이 아예  접근을 하지 않는다.

 

 

매실 알만하던 열매가 이렇게 커졌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달콤한 열매. 무화과는 새들만 잘 경계하면 건강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으니 이번 겨울도 잘 견뎌 주기를.

 

 

 

 

                                                                                     - 2020. 7.20(월)   

'내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집 가을 소묘  (0) 2020.11.16
목화에 반하다  (0) 2020.10.13
생명의 경이로움 2  (0) 2020.07.07
생명의 경이로움  (0) 2020.07.07
병아리를 키우다  (0)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