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오가다가 짙은 주황색의 예쁜 생명체를 보게 되다. 창고 앞의 그늘진 땅 이끼에 드러 나 있어 혹 이끼에 피는 꽃인가 싶었다. 참 신기(신비)하다 싶으면서도 이제 노안이 된 내 눈으로는그 작은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접사렌즈를 들이대다. 그런데 놀랍게도 버섯이 아닌가. 십 여년 넘게 이곳 시골 집에 살았지만 이렇듯 극히 작은 버섯은 처음 대하다.
엊그제 비가 왔었는데 비 온 후의 습한 기운 때문에 그늘 쪽에서 피어 난 모양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생명체지만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 먼저다. 포자는 어디에서 날아 왔을까.
며칠동안 좀 더 오래 지켜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늘 하루면 수명이 다할 것이다. 햇빛도 없는 그늘, 아무도 봐 주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내 보였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존재. 그러면서도 경이로움을 남긴다.
마당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버섯들.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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