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목화에 반하다

소나무 01 2020. 10. 13. 11:43

목회하면 우선 문익점이 바로 생각나는 것은 주입식 교육을 철저히 받았던 영향이 아닐까. 다음으로는 어릴 적 한 겨울에 덮고 자던 그 두툼하고 무거웠던 솜이불, 그리고는 영화를 통해 봤던 광활한 대지에서 흑인 노예들의 목화따는 모습, 또 cotton fields 같은 노래가 전부인 것 같다. 재배하기가 쉽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수익성이 떨어져서 인지 알 수 없으나 주변에서 목화를 재배하는 모습은 아주 드물게 봐 왔을 뿐이다.

어떻든 작은 식물에서 구름같은 솜뭉치가 피어 나는 게 신기해서 텃밭에 몇 개 심어 봤는데 시일이 지날 때 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 감탄할 때가 있다.

 

 

순백의 하얀 꽃이 참으로 순수하게 보여 한참을 들여다 볼 때가 있는데 이게 사나흘 지나면 은근한 연분홍으로 바뀌어 또다른 감흥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색이 변하면서는 서서히 꽃잎이 닫혀 좀 더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목화 한 그루에서 두 색깔의 꽃을 대할 수 있는 기쁨이 더 크다고나 할까.

 

 

층층히 뻗는 옆가지를 통해 계속 새로운 꽃을 탄생시켜 봄부터 가을까지 긴 시일동안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다른 꽃들과 차별화 된다. 마치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 열대화 같은 느낌.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자두처럼 끝이 뾰죽한데 이 안에 하얀 솜뭉치를 가득 품고 있을 것이다.

다시 얼마 간의 시일이 지나면 새하얀 솜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그 모습을 그리며 그 날을 기다려 보는 즐거움을 주는 꽃.

작은 씨앗 하나가 참으로 많은 꽃을 피워내며 성장하고 있다. 성장하는 모습이 마치 나무인 것 처럼 꼿꼿하고 당차다.

그래서 또 새롭게 느끼는 것은,

 

"아, 이래서 목화(木花)라 이름했구나!" 하는 꽃.      

 

 

  

                                                                                    - 2020.10.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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