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고 이웃에 미안하지 않다면 그대로 두고 싶은 낙엽이다. 울 안팎으로 참나무류와 단풍나무가 많은지라 나뭇잎이 유독 많이 쌓인다.
면에 나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비를 하나 살까 하다가 뒷산에 대나무가 많은데... 그래서 대나무 잔가지를 묶어 간단히 비를 만들었다. 작은 수고면 된 터라 굳이 돈을 들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보다는 플라스틱 비가 거의 닳아져 못쓰게 되었을 때 그걸 어디에다 버리나 싶어 그리한 까닭이 크다.
잦은 비소식과 바람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지라 며칠 방치했더니만 낙엽으로 길을 덮을 정도가 되어 버린다. 지나는 사람의 비난이 있을 법도 하기에 결국 대문 앞 길을 치우다. 댓잎을 다 털어내지 못해 빗자루가 약간 무거웠나 참 잘 쓸어진다.
마당 옆 언덕에 수북히 쌓인 낙엽들. 파랗던 언덕이 어느새 누렇게 변했다. 이것들은 그대로 거름이 될 터인지라 굳이 손 쓸 필요가 없지만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들은 치우지 않을 수 없다. 잔디가 깔려있어 그냥 그대로 운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길이 있어 사람 드나드는 집일 텐데 이 집 사람은 필시 게을러 빠졌거나 아예 사람 살지 않는 집으로 오해받기 십상일 것 같다.
지나 해까지만 해도 아궁이에 집어 넣어 태우거나 약간은 보온용으로 사용했는데 올해는 모두 보온용과 퇴비로 사용하기로 하다. 겨울을 나지 못하는 칸나와 비슷한 종류의 난대성 식물들, 그리고 여유 있게 심어 김장하고 남은 무를 땅 속에 비교적 낮게 묻고 그 위를 낙엽 이불과 함께 비닐로 덮어 처리하다.
아직 마당 곳곳에 낙엽들이 적지않게 쌓여있지만 그냥 보는 즐거움으로 남겨두기로. 때때로 스산한 마음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곱씹기도 하겠지만.
- 2021. 12월 초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