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안에 대략 100여 종류가 넘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순전히 나무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내가 작은 묘목으로부터 심어 가꾸었기에 나무 그 자체의 예찬론에 앞서 나무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나의 애정이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단 몇 그루라 할지라도 새로운 묘목을 구입해 심어 왔는데 어떤 것은 생육환경이 맞지 않거나(특히 토질) 이웃 토목공사로의 부주의 또는 나의 정성 부족으로 사라져 버린 경우가 없지 않다. 금송, 금목서, 스페니쉬 브룸 같은 경우가 그렇다.
지난봄에 구입한 것은 월계수, 백정화, 붓순나무 등인데 사실 이것들은 나의 착오로 들여오게 된 것들이다. 난대성 식물인 줄 몰랐던 것이다. 대형 온실이라도 갖추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처지가 아니고 보니 일부는 방 안으로 들여놨지만 나머지는 밖에 심은 상태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상태로는 야생에서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동사할 게 뻔할 것 같다. 하여 고민 끝에 다른 난대성 식물들과 함께 임시방편적인 비닐 보온 장치를 하기로.
처음으로 비닐 막을 씌운 서향. 천리까지 간다는 그 향기를 곁에서 맡아보겠다고 창문 아래에 3그루를 심었는데 그동안 동사는 하지 않았어도 추위에 나무 반쪽에 해당하는 전면부가 해마다 얼었고 나뭇잎이 떨어져 나간 안쓰러운 상태에서 겨우 겨우 꽃을 피웠다. 하지만 영하 17도까지 내려 간 지난 추위는 견디지 못해 아예 꽃이 없었다. 다만 동사하지 않았음이 그나마 고맙고 다행이라고나 할까.
붓순나무가 들어있다. 올봄에 심어 한 해동안 한 뼘 이상은 자란 것 같은데 15년을 견디다가 지난겨울의 매서운 추위에 동사해 버린 굴거리나무와 같은 처지가 될까 봐 대충 비닐을 씌워 놓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만 없으면 잘 견디리라 생각한다.
아왜나무는 지난 한파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상록이어야 할 잎이 다 떨어지고 줄기만으로 버텨준 것이다. 어떻든 내한성이 검증되었으니 비록 얇은 비닐막 하나 일지라도 만 추위를 잘 견뎌주리라 믿는다.
해마다 죽고 살기를 반복하는 무화과나무. 뿌리가 동사하지 않아 버텨주었고, 추위가 덜한 겨울이면 내리 2년을 살아 충실한 열매를 맺기도 했는데 1년이면 이렇듯 2m나 클 정도로 성정 속도가 빠르다. 지금까지 15년 세월을 추위 없이 내 집 마당에서 살았다면 아마 지금 쯤 고목이 되어 있을 법하다. 올해 처음으로 비닐을 씌워보다.
그밖에 제라늄과 꽃기린 같은 화초도 가을까지 야생 상태에서 푸른 잎과 꽃을 보여 주어 고마웠는데 다시 실내로 옮겨오는 게 쉽지 않고 더구나 같은 종류를 실내에서 몇 개 더 키우고 있어 일단 이대로 지켜보기로. 제라늄 같은 것은 2중으로 씌우다.
- 2021.12. 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