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으로 일군 후 처음에는 감자를 조금 심었으나 땅이 워낙 척박해 수확이랄 게 없었다. 그 후 그냥 방치하다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것 같은 돼지감자를 심어보기로 했다. 시장에서 두어 주먹 사다가 적당히 심었다. 싹이 돋고 어느 정도 자랐으나 꽃이 피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늦가을에 몇 군데 파 보니 생각대로 구근이 없었다. 역시 땅 때문이려니 했다.
이듬해에도 꽃이 몇 개 피었을 뿐 성장이 좋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시 두 해가 지나고, 겨울이라서 특별히 해야 할 밭일도 없고 보니 혹시나 하고 땅을 파 본다. 그런데 이게 웬 인일가. 제법 굵은 돼지감자 알이 쏟아지지 않는가.
제멋대로 생겨 뚱딴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여기 저기에서 손으로 줍는 재미가 쏠쏠했다. 버려둔 땅에서 자라준 게 고마웠다.
어떻게 활용할까. 일반 감자보다는 크기가 작아 아무래도 요릿감으로는 적당치가 않은 것 같다. 그러하니 한꺼번에 모두 캐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밭에서 드문 드문 캐내면 번식력이 워낙 좋은 탓에 봄이면 남아있는 것들에서 주변으로 쉬이 퍼진다. 돼지처럼 번식력이 좋아 돼지감자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 같다.
깍두기 생각. 이 녀석은 식감이 참 좋은 편이다. 아삭 아삭 씹히는 게 먹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 맛이 그런대로 시원하다. 감자도 아닌 것이, 무도 아닌 것이... 심심하지만 거기에 배 맛을 살짝 얹은 것 같은 묘한 맛이 있다.
잘 먹고 난 후 열흘 쯤 후에 얼마 간 캐고, 다시 열흘 쯤 후에 캐고... 그러는 사이 완연한 봄이 찾아 올 듯싶다.
- 2022. 1. 27(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