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을 심겠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어린 날의 추억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토란잎을 보면 이슬방울들 모여 움푹 들어 간 토란 잎 한가운데 영롱한 물방울로 담겨 있었다. 잎을 기울이면 영롱한 물방울은 옆으로 또르르... 반대쪽으로 기울이면 다시 옆으로 또르르...
봄날 시장에서 구근을 5천원 어치 구입해서 심었는데 지인이 심어보라고 또 구근을 주는 바람에 제법 많은(?) 면적에 심었다.
무럭무럭 잘 커 주었다.
아내는 토란을 볼 때마다 토란국보다는 줄기를 말려 육개장 같은 데 넣어 먹으면 좋은데... 하며 은근히 그런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하여 굵은 것을 위주로 베어 말려 보기로. 육개장 먹을 때 입안에서 씹히는 그 독특한 맛을 아는지라 일하는 동안 계속 군침이 돌고,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말리는 것 같았다. 줄기의 물기가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 증의 후유증이 있다는 것 때문에 장갑을 끼고 작업하고는 그늘에서 2- 3일 건조시킨 후 껍질을 벗겼다.
수확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미 한 차례 토란국을 끓었지만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이것도 많다. 구근이 충실한 편이 아니어서 누구에게 내 놓을 수 없는 편. 그저 겨우 내 조금씩 조금씩 해 먹어 보기로.
- 2022.11.2(목)